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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85. 바나나향 독일식 막걸리, 헤페바이첸

독일 맥주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독일 맥주에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맥주 만드는 회사(양조장)에 따른 분류는 놔두고, 순수히 맥주의 종류만 따졌을 때에도 여러 종류의 맥주가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저는 그 중 헤페바이첸(Hefe-Weizen)을 가장 좋아합니다. 독일식 밀 맥주 바이첸비어의 한 종류인데요. 바이첸비어를 바이스비어라고도 부르기에 헤페바이스(Hefe-Weiß)라고도 합니다.


독일어로 헤페(Hefe)는 효모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헤페바이첸은 바이첸비어를 만들 때 효모를 거르지 않고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되겠는데요. 곡주를 빚으면서 효모(누룩)를 대충 막 걸러 만든 술, 바로 막걸리에 해당되는 독일 맥주가 헤페바이첸입니다.


제대로 만든 막걸리는 매우 달큰하고 구수합니다. 설탕을 넣었냐고 의심받지만 설탕을 넣지 않죠. 곡식의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단맛입니다. 헤페바이첸도 마찬가지입니다. 맥주에서 단 맛과 구수한 맛이 나요. 굉장히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술에 약한 여성분들도 물처럼 마셔도 거부감 없는(물론 알콜 도수는 일반 맥주와 같습니다) 그런 맛이 납니다.


그래서 헤페바이첸을 "독일식 막걸리"라고 부르는데요. 맥주와 막걸리라는 도저히 접점이 없을 것 같은 그 비유는, 잘 만든 헤페바이첸을 한 모금만 마셔보셔도 바로 수긍하시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헤페바이첸은 효모 때문에 일반 맥주보다 탁한 색을 띕니다. 그리고 첫 모금을 마실 때 은근한 바나나향을 느끼게 됩니다. 맥주 만들 때 바나나를 넣었나요? 아니죠. 효모의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향인데, 흡사 바나나향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거품에서 그 향이 특히 진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거품이 가득 있는 첫 모금에서 바나나향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로컬 팁 하나 드릴까요. 일반 레스토랑이나 비어홀에서는 쉽게 보기 어렵지만 축제 등 특별한 순간에는 자주 접할 수 있는 바나나바이첸(Bananaweizen) 맥주가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헤페바이첸보다 색깔이 더 탁하고 진합니다. 이건 헤페바이첸에 바나나 시럽을 섞은 겁니다. 바나나향과 맛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거죠. 시럽을 섞었으니 도수도 일반 헤페바이첸보다는 좀 더 떨어지구요. 맛은 더 달콤하니까 술에 약한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독일 헤페바이첸 맥주는 캔이나 병으로 국내에 수입되는 제품도 많은데요. 나투어트륍(Naturtrüb)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다면 효모를 거르지 않아 색이 탁한 맥주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어랏, 탁한 술? 네. 탁주입니다. 그래서 헤페바이첸은 "독일식 막걸리"가 분명합니다.


헤페바이첸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병이나 캔에 든 것도 잔에 따라 마셔야 돼요. 그래야 거품이 생기고, 그 거품에서 나는 바나나향을 음미하면서 구수한 맥주 맛에 빠져들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저는 귀찮아서 그냥 마십니다. 이제 맛으로 먹는 단계는 넘었거든요. 맥주는 물이니까요.


예로 들기 위해 사진을 쭉 골랐는데 전부 이름이 같네요. 뮌헨에서 양조하는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의 헤페바이첸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헤페바이첸입니다. 캔이나 병으로 독일의 아무 마트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우수한 맛을 보장하니까요. 국내에도 수입되어 마트에서 4캔 1만원, 가끔 5캔 1만원에도 판매됩니다.

아무 데서나 살 수 있는 대중적인 것 말고 진짜 맛있고 특별한 헤페바이첸은 뭐 없나 싶으시다면 이 녀석을 기억하세요. 바이엔슈테파너(Weihenstephaner) 헤페바이첸은 제가 마셔본 헤페바이첸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뮌헨 근교에서 만드는 바이엔슈테파너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양조장"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