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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 #2

<꽃보다 할배 리턴즈> 2화(2018.7.6 방송)는 한 회가 통째로 베를린 여행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여전히 여행 관련 내용이 많지는 않아요. 하루동안 여행한 내용이지만 할배들의 여행은 호흡이 느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행지는 크게 네 군데 정도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짤막한 여행은 하나의 일관된 코드를 가집니다. 베를린의 현대사. 전쟁과 분단, 통일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역사의 현장을 찾아갑니다. 할배들이 전쟁과 분단을 직접 겪은 세대죠. 그 분들의 눈으로 보는 또 다른 전쟁과 분단의 무대, 그리고 우리보다 앞서 이룩한 통일의 무대를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감정에 집중합니다.


1화 리뷰에도 이야기했습니다만, 어르신들이 편하게 여행하시라고 직항이 다니는 루트로 in-out을 짠 것도 아닌데 굳이 베를린을 시작점으로 골랐다면, 그건 제작진들이 할배들에게 꼭 베를린을 보여주어야겠다는 "고의"가 있는 거죠. 2화 방송이 그 "고의"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첫 목적지까지 이동합니다. 베를린 대중교통은 티켓을 구입한 뒤에도 펀칭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티켓판매기를 찾지 못해 헤매는 모습도 나왔는데, 지금 화면에 잡힌 펀칭머신 옆의 기계가 티켓판매기라는 걸 알았을까 궁금합니다. 괜히 위층의 에스반 플랫폼까지 올라갔다 올 필요가 없었던 거죠.

첫 목적지인 브란덴부르크 문에 도착. 그에 앞서 전승기념탑이나 연방의회 의사당 등 유명한 관광지를 그냥 지나쳐버렸는데, 똑같은 프로이센의 유적인 브란덴부르크 문은 찾아간 이유, 아마 이곳이 분단 시절 동서독의 경계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사라는 키워드에 부합하는 곳이니까요.

다만 이것은 정정이 필요합니다. 문의 뒤편이 동서의 경계인 건 맞는데요. 지금 이 화면에 잡힌 건 문의 앞이고요. 방송 중 백일섭 할아버지가 문을 바라보며 앉아서 쉬던 장소가 있는데, 그 앞의 큰 길이 동서의 경계였습니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전체가 동베를린에 속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백일섭 할아버지는 자전거 투어로 따로 시내를 관광합니다. 덕분에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의 베를린 관광지 몇 곳이 화면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홀로코스트 추모비로 이동. 이런 게 있다, 독일이 이렇게 반성하는 게 대견하다, 그런 피상적인 감상이 아닙니다. 이 분들은 일제강점기도 겪어보았을(물론 어린아이였겠지만) 세대죠. 피해자의 심정을 잘 아실 것이고, 그런 "정서의 공감" 때문인지 참 오래오래 바라보고 대화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 추모비 지하의 박물관까지 들어갔습니다. 전시된 내용은 절대 유쾌하거나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끔찍하고 불쾌합니다. 그런 걸 다 공개하고 희생자에게 솔직히 사죄하는 게 독일의 지성이죠. 금요일 밤 예능 프로에서 마냥 편하게 보기는 어려울 메시지까지 이야기하네요.

포츠담 광장에서도 통일정 등 뭔가 관광을 했을 것 같은데 그런 내용은 다 편집됐네요. 밥 먹는 것만 아주 잠깐 나왔습니다. 출연진이 식사한 아시아 레스토랑은 아래 지도 참조하세요.

다음 장소는 체크포인트 찰리. 역시나 분단과 통일에 관련된 장소죠. 베를린 장벽도 보여주는데, 이 장벽이 있는 곳은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한 블럭 떨어진 테러의 토포그래피라고 하는 곳입니다. 방송 중에는 따로 소개되지 않고 한 장소처럼 소개되었습니다.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웃고 떠들고 신기해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지만 불과 수십년 전에 서로 총구를 겨눈 분단의 경계였고, 지금도 단순히 웃고 떠들기 위해 이걸 남겨둔 게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기 위함이라는 것. 세계를 다 뒤져도 이런 도시가 몇 없습니다.

체크포인트 찰리에 있는 박물관도 들어갔습니다. 아, 정말 할배들이 여기를 그냥 "관광"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더군요. 이 분들은 그 시절에 살았던 분들이라 더 관심이 많고, 독일이 세계에서 받았던 구호식량을 이 분들이 직접 받아본 분들이기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었겠죠. 이래서 제작진이 출발지를 베를린으로 미리 정해두었던 모양입니다. 이 감정을 공유하며 방송으로 보여주려고요.

익숙한 지도가 보이죠. 박물관에는 단지 독일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독일의 분단을 초래한 냉전에 대한 전체적인 자료가 가득합니다. 한반도의 분단도 같은 원인이었으니 박물관에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과 독일은 현대사에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역사를 바라보면 한국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많기 때문에 재미가 있습니다.

마지막 장소는 월 메모리얼 파크라고 나오는데, 저는 블로그나 책에서 베를린 장벽 기념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베를린 장벽의 실물과 역사적 자료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여럿 있는데, 그 중 가장 메인이 되는 곳입니다. 다만 이미 내용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방송에서는 이곳은 간략하게 스쳐지나갔습니다.

독일의 맥주와 음식도 한 번 보여주네요. OOO으로 블라인드 된 맥주는 슐트하이스(Schultheiss). 이 식당이 어디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지도 참조하세요. 베를린은 제 구역이라서 잠깐만 스쳐지나가도 어디인지 다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숙소 주변도 아니고 관광지 주변도 아닌데 일부러 여기를 찾아가게 된 이유가 궁금하기는 하네요.

예고편을 보니 다음 화는 체코 프라하인 것 같습니다. 베를린에서 보여줄 게 더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방송에 나온 베를린은 도시가 품고 있는 수많은 매력 중 한 가지만 나온 겁니다. 좀 더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 절반,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미디어의 힘으로 쉽게 전달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 절반입니다.


베를린의 나머지 매력들, 진짜 한 도시가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볼거리가 많은지 깜짝 놀랄 정도의 풍성한 여행정보는 <베를린 홀리데이>에 담겨 있습니다. 물론 방송에 나온 장소들도 전부 책에 자세한 설명이 함께 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