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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추천 여행테마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 건축 여행

독일관광청은 매해 하나의 여행 테마를 정하여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올해 독일 여행테마는 바로 바우하우스 100주년입니다.


바우하우스(Bauhaus)가 무엇일까요? 1919년 독일 바이마르(Weimar)에 탄생한 건축학교입니다. 기존의 건축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새로운 건축 이론을 제시하였고,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건물의 안을 꾸미는 것, 가령 실내 디자인, 가구 디자인, 응용미술 등 전분야에 걸쳐 하나의 철학에 입각해 이론을 정립하였습니다.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실용"입니다. 불필요한 장식을 지양하고 철저히 실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의자를 만들 때 불필요한 장식을 생략하니 네모반듯한 모양이 되겠죠. 중세의 고풍스러운 양식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가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 바로 바우하우스가 남긴 유산입니다. 성냥갑 같은 네모반듯한 건물 역시 바우하우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바우하우스를 일컬어 "현대 건축의 조상"이라 표현하는데요. 바우하우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따로 정리한 글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 건축 여행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래 세 곳의 도시가말하자면 "바우하우스의 성지"와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의 탄생지 바이마르에 바우하우스 박물관(Bauhaus-Museum)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 건물은 이제 문을 닫았고, 바우하우스 100주년인 2019년에 맞추어 인근에 커다란 새 박물관이 생깁니다. 바우하우스가 1919년 4월에 문을 열었대요. 그래서 새 박물관도 2019년 4월 첫 주말(6일)에 개장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박물관은 옛 미술관 건물을 활용했습니다. 새 박물관은 바우하우스 철학을 반영하여 지어지는만큼 건물 자체만으로도 바우하우스 100주년의 더할 나위 없는 기념물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참고로 바이마르에는 옛 건축학교로서의 바우하우스 정신을 계승하는 바우하우스 대학교(Bauhaus-Universität)도 존재합니다. 바우하우스의 철학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현장에서 계승되는 중입니다.


데사우

데사우(Dessau)는 가장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건축물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바이마르에서 바우하우스를 창립한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바이마르와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1925년 데사우로 학교 부지를 옮기게 됩니다. 그로피우스는 자신이 만든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집대성하여 새 학교 건물을 설계하고 완공하였습니다.


즉, 데사우의 바우하우스 학교 건물은, 바우하우스의 철학이 어떤 이론가가 책상머리에서 혼자 떠드는 몽상이 아니라 실제 필드에서 구현되고 그 결과물로 실용성을 입증할 수 있는 살아있는 학문이었노라 증언하는 셈입니다.

데사우 시기는 바우하우스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기 발터 그로피우스는 데사우 곳곳에 크고 작은 건물을 남깁니다. 아마 건축이나 디자인 전공한 분 중에는 바우하우스를 "순례"하듯 여행할 분들도 계실 텐데, 데사우가 가장 보석 같은 장소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발터 그로피우스가 남긴, 또한 비슷한 시기 바우하우스에 의해 완성된 데사우의 건축물은 [이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데사우에서도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새 박물관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기존에 바우하우스 학교 건물에 분산 전시된 가치있는 역사적인 소장품이 새 박물관에서 정갈하게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개장이 올 9월로 예정되어 있어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베를린


그로피우스 이후 2대 교장이 오래 머물지 못하고 물러난 뒤 3대 교장으로 부임한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는 그로피우스와 함께 바우하우스의 쌍벽을 이루는 거장인데요.


하필 그의 시기에 독일에서는 나치가 급부상하였고, 나치는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닌 바우하우스를 탄압했기에 데사우의 학교가 문을 닫고 맙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사비를 털어 베를린(Berlin)에 사립학교로 유지하려 했지만 이 또한 나치의 탄압으로 1년만에 문을 닫고, 바우하우스의 명맥은 끊어집니다.

바우하우스의 입장에서는 베를린이 악몽 같은 도시이겠지만 지금 베를린에는 중요한 박물관이 남아있습니다. 나치의 탄압을 받은 발터 그로피우스와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결국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하였고, 미국에서 건축을 가르치며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미국에서 꽃피웁니다.


그리고 그로피우스는 말년에 독일에 바우하우스의 기념관을 만들고자 했지만 하필 바이마르와 데사우 모두 동독에 속했기 때문에 미국인인 그로피우스가 협조를 얻기는 어려웠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서베를린에 기념관을 만들 수 있게 되어 그로피우스가 직접 설계한 전시관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로피우스는 건물의 완공 전 세상을 떠나 베를린의 전시관이 그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베를린의 바우하우스 전시관에서는 데사우의 학교 건물 설계도 원본을 포함하여 그로피우스가 기증한 진귀한 자료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그로피우스의 유작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졌으니 반드시 가보아야겠지요.

단, 베를린의 바우하우스 전시관도 현재 새 박물관 건물을 만드는 공사에 한창입니다. 새 박물관은 바로 옆에 들어설 예정이라서 아쉽게도 전시관 건물도 공사 때문에 문을 닫았고, 이 공사는 2022년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공사 기간 중에는 베를린 시내에 있는 바우하우스 숍에 따로 전시장을 만들어 상설 전시회(the temporary bauhaus-archiv)라는 이름으로 무료 개방하고 있으니 아쉬운대로 베를린에서 바우하우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 중 바이마르와 데사우의 바우하우스 관련 장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우하우스가 남긴 족적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 외에도 바우하우스 정신에 입각하여 만들어진 건축물은 매우 많습니다.


일반 주택, 학교, 병원, 관공서, 교회, 그리고 공장까지도 많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중 일부는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에 동참하여 행사를 연다고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대 건축의 조상님입니다. 100주년입니다. 건축이나 디자인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2019년에 독일을 여행한다면 바우하우스 100주년에 관심을 가져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