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현대사의 상처를 가장 적나라하게 안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독일 어디를 가도, 아니 유럽 어디를 가도 베를린만이 선사할 수 있는 유희가 있다.
위 사진은 S-bahn 전철역인 안할터 역(Anhalter Bahnhof). 보다시피 역사가 파괴되어 지금은 입구 부근의 골격만 남아있는 정도이다. 안할터 역은 원래 기차역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고 S-bahn만 지하로 다니기 때문에 보통 지하철역처럼 출입구가 지하로 연결되지만, 출입구 바로 옆에 거의 다 파괴된 옛 폐허를 보존하고 있다.
지하철 역사로 들어가면 계단 벽에 사진을 프린트해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안할터 역이 파괴되기 전의 모습. 이랬던 커다란 기차역이 지금은 약간의 돌무더기만 남기고 파괴된 것을 그대로 증언하는 셈이다. 이러한 증언은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Kaiser-Wilhelm-Gedächtniskirche)와 똑같다. 전쟁이 얼마나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지 이보다 생생한 증언은 있을 수 없다.
베를린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이런 식으로 현재와 과거가 대비되는 이런저런 자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것은 전쟁의, 어떤 것은 분단의, 어떤 것은 통일의 증언들이다. 가이드북에 나올만한 명소를 찾아다니며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물론 좋은 여행이지만, 베를린에서만큼은 이 특별한 증언들을 놓치지 말자. 당신이 어디를 가든 베를린은 무언가를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베를린을 가장 특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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