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독일의 여행편의 - ③ 화장실
가장 말초적인 화장실을 여행편의 시설로 분류하는 것이 좀 어색하지만, 어쨌든 화장실 문화도 우리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가 필요하므로 별도로 정리하고자 한다.
익히 알려져있듯 유럽의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화장실도 유료이다. 우리처럼 아무 건물에서나 화장실을 개방하는 문화권에 익숙한 사람들은, 화장실 한 번 갈 때도 돈을 내라고 하는 독일의 문화가 낯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필자가 함부르크(Hamburg)에서 여행 도중 한국 아주머니 관광객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원래 여행지에서 갑자기 한국어가 들리면 더 집중해서 듣기 마련이다), "비싼 오줌을 싼다"며 깔깔거리고 웃으시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문화권에서 받아들일 가장 정확한 정리가 아닐까.
하지만 그들의 논리를 들어보면 이것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화장실을 유지하고 청결하게 관리할 때 비용이 들어가니 화장실 이용자들에게 그 비용을 받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용한 서비스에 대하여 이용료를 내라고 하는 것이니 반박할 말이 없어진다.
대개 화장실 이용료는 0.5~1 유로 정도이다. 입구에 기계가 설치되어 동전을 넣고 입장권을 받아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도 많고, 또는 화장실을 관리하는 직원이 입구에서 요금을 받는 경우도 많다. 전자의 경우는 기차역이나 백화점 등 공공장소에서, 후자의 경우는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등 일반 매장에서 주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중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면, 당장 볼 일이 급하지 않아도 일단 다녀오는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무료 화장실은 어떤 곳이 있을까? 사실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딱 잘라 정리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정리할 수 있다.
박물관과 같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곳은 그 입장료에 시설 이용료까지 포함되었으므로 화장실을 무료로 쓸 수 있다. 이것은 기차도 마찬가지. 기차표에 기차의 부대시설 이용료가 포함된 것이니 화장실은 무료이다. 레스토랑은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음식값에 시설 이용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고 화장실을 무료로 쓸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반면, 기차역이나 백화점과 같이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간 곳은 화장실이 유료이다. 패스트푸드 매장과 같이 음식값에 서비스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싸게 받는 곳도 화장실은 유료가 많다.
입장료가 없음에도 화장실 요금을 받지 않는 예외적인 곳은 학교를 꼽을 수 있다. 학교는 어차피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며, 생리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도 학생에게 제공해야 할 마땅한 국가의 의무이므로 학교의 화장실은 무료이다. 그래서 관광지 중 대학교로 사용되는 곳에 갈 일이 있다면 내부에 들어가 화장실을 이용해도 무방하다.
일단 이 틀을 가지고 유료와 무료를 구분하되, 어쨌든 운영 방침은 다 다른 것이므로 안내를 따라 이용하면 될 것이다. 참고로, 직원에게 돈을 내는 경우에는 딱히 얼마를 내라고 가격이 정해진 경우는 드물다. 현지인들이 대개 50 센트 내외를 지불하므로 그 수준에 맞추어 잔돈을 내면 될 것이다.
참고로 화장실은 독일어로 토일레테(Toilette)라고 하며, 약자로 WC라고 표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남성은 헤렌(Herren), 여성은 다멘(Damen)으로 구분하고, 이니셜로 H와 D를 사용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만약 독일어를 모르면 남녀 구분부터 헛갈릴 수 있으니 Herren과 Damen 정도는 외워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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