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근교에 있는 작은 도시 오라니엔부르크(Oranienburg). 브란덴부르크 공국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Friedrich Wilhelm I)가 오라니에-나사우 공국(Oranje-Nassau; 네덜란드의 통치 가문) 출신의 왕비를 맞아들이면서, 왕비의 청에 따라 이 도시에 그녀의 별궁을 짓도록 하였다. 그 전까지 뵈초(Bötzow)라는 이름의 작은 도시였던 이 곳은 그 때부터 오라니엔부르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목받을 일이 없었던 오라니엔부르크는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이름을 알리게 되는데, 아쉽게도 긍정적인 명성은 아니었다. 나치가 독일 곳곳에 세운 강제수용소 중 수도 베를린에서 가장 가까운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KZ Sachsenhausen)가 바로 오라니엔부르크에 있었다.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1930년 기존의 철도를 개량하여 좀 더 가볍게 전기로 다니는 전차를 만들면서 열차의 종점을 오라니엔부르크로 하였다. 기차와는 또 다른 개념의 급행 전차가 다니게 되었고, 이 전차는 "빠른 열차"라는 뜻의 Schnell-Bahn, 즉 S-bahn으로 불렀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독일 S-bahn의 첫 역사가 바로 오라니엔부르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베를린의 S-bahn 1호선의 종점이 오라니엔부르크이다.
참고로, 도시 이름을 일반적인 독일어 발음으로 하면 오라닌부르크에 가깝기 때문에 오라닌부르크라고 적은 자료도 많다. 그런데 그 이름의 기원이 오라니에-나사우 공국에서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라니에의 성"이라는 뜻의 오라니엔부르크라고 적는 것이 더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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