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 분단 시절 라이프치히(Leipzig)에서 통일과 자유를 요구하는 민중운동이 벌어졌던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라이프치히 바로 옆에 위치한 할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동독 전역으로 번진 민주화 운동의 불길은 할레도 뒤덮었다.
빌헬름 퀼츠 거리(Wilhelm-Külz-Straße)는 바로 그 민중의 외침을 기억하는 장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산책로. 가로수를 따라 벤치가 놓여있고 흙길이 닦여 뛰거나 걷거나 쉬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그런데 이 길 위에 일정 간격을 두고 바닥에 동판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들이 외친 구호들을 예술적으로 표현하여 새긴 것이다.
독일어를 모른다면 뭐라고 적혀있는지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동독을 붕괴시키고 통일된 국가를 이룬 민중들의 외침의 기록이라는 것만 알고 있더라도 함부로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보호받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산책로의 일부, 그래서 흙도 뒤덮이고 쓰레기가 굴러다니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보면서 산책을 해보기에 좋은 길이다.
* 찾아가는 법 (본 블로그의 추천일정을 기준으로 합니다.)
할레 지방법원(Landgericht Halle)의 길건너편 산책로가 빌헬름 퀼츠 거리. 지방법원을 등진 방향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가면 그 산책로의 끝이 라이프치히 탑(Leipziger Turm)이다. 여기서부터는 왔던 길로 중앙역(Hauptbahnhof)으로 되돌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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