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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독일인의 유별난 "현금 사랑"

한국에서는 어지간하면 카드를 사용한다. 편의점에서 1천원, 2천원 결제할 때도 카드를 내미는 게 일상이 됐다. 독일은 반대다. 독일의 상거래 결제수단 중 현금의 비중이 80%에 달한다고 한다. 아마도 에체카르테(EC Karte; 독일의 현금카드)를 포함한 통계일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인은 빚을 싫어한다. 신용카드도 따지고 보면 빚을 지는 셈. 집이나 자동차 등 현금으로 완납하기 어려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독일인은 대개 현금으로 모든 결제를 해결하곤 한다. 물론 빚을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빚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 금액은 최소화해야 된다. 부동산을 매매하는 것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인의 이러한 근면성실한 국민성이 오히려 독일에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 있다. 독일은 유로화를 사용한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유로화를 발행하는데, 유로화를 많이 발행할수록 해당 중앙은행이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2016년 말 기준 유로존에 통용되는 유로화의 절반이 독일에서 발행되었다고 할 정도이니 독일 중앙은행이 매년 막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하고, 결국 그것이 독일 국민의 세금에서 나가는 셈이 되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이기에 이자가 없어 독일 중앙은행의 비용 부담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이 금리를 올리면 독일의 부담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금리 2%로 계산하면 연 65억 유로, 우리 돈으로 수조원이 지출된다. 그 돈은 유로화를 적게 발행하는 국가로 귀속된다고 한다.


메르켈 정권에서 독일의 현금거래 비중을 줄여보고자 현금 거래액의 상한선을 5천 유로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이미 1천 유로의 현금 거래 상한선이 적용 중이라고 한다.


워낙 보수적이고 노인 인구도 많은 독일이라 통계가 그렇게 잡히는 것이고 젊은 세대는 다르지 않을까? 어찌나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지 독일의 14~24세의 현금 거래 비율만 따로 조사해도 67%에 달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