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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72. 네 이름은 불꽃빵, 플람쿠헨

유럽을 다니다보면 서유럽이든 동유럽이든 이탈리아 음식이 가장 대중적입니다. 우리식으로 "백반집"이라 할 수 있는 평범한 레스토랑은 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많죠. 한국에서야 비싼 음식이지만 유럽에서는 피자, 파스타 등 이탈리아 요리는 그 나라 향토요리보다 저렴하게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독일도 마찬가지로 피자 등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곳이 아주 많습니다. 특히 젊은이가 많은 대도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독일에서만 볼 수 있는 피자 비슷한 요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플람쿠헨(Flammkuchen)입니다. 편의상 "독일식 피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독일에서 시작된 요리가 아니거든요. 플람쿠헨은 오늘날 프랑스 땅인 알자스 지방(스트라스부르 인근)의 요리입니다. 프랑스어로는 타르트 플랑베(Tarte flambée)라고 합니다.


그런데 알자스 지방은 역사적으로 늘 프랑스 땅이었던 건 아니에요. 한 때 독일의 영토였던 시절도 있습니다. 그래서 알자스 지방은 두 나라의 문화를 고루 가지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알자스의 요리는 독일과 프랑스에 모두 퍼져나갔습니다. 플람쿠헨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플람쿠헨의 모습입니다. 언뜻 보면 피자와 똑같죠.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서 재료를 올리고 치즈를 뿌려 구웠으니 조리방식도 피자와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자와 플람쿠헨은 차이가 있습니다. 플람쿠헨은 도우가 훨씬 얇고 토핑 재료도 많이 올리지 않습니다.


중세에 주식인 빵을 만들려면, 오븐이 없던 그 시절에는 당연히 화덕에 빵을 구워야 했습니다. 화덕에 불을 피우고 빵을 구울 때 불의 화력이 중요하죠. 너무 뜨거우면 빵이 타서 못 먹고, 불이 약하면 빵이 덜 구워져 맛이 없고요. 그래서 화덕에 적당한 온도로 불이 붙었는지 확인한 뒤에 빵을 구워야 했는데요.


이 때 온도를 체크하기 위해 얇은 반죽과 간단한 재료를 올려 화덕에 넣어보았습니다. 만약 두꺼운 반죽을 넣으면 어차피 굽는데 시간이 걸리니 불을 체크하기는 어렵죠. 넣자마자 금세 구워져야 불을 체크할 수 있었겠죠. 그렇게 불을 테스트하기 위해 넣어 만든 게 바로 플람쿠헨입니다. 독일어로 불꽃(Flamm)과 빵(정확히는 케이크; Kuchen)이 합쳐진 플람쿠헨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피자와 플람쿠헨은 이렇게 비유할 수 있습니다. 마치 피자가 빵이라면, 플람쿠헨은 과자입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피자를 먹어도 보통 "1인 1판"이 기본입니다. 한 사람이 먹기에 양이 좀 많아요. 특히 많이 먹지 않는 분들이라면 절반도 못 먹고 남길 겁니다. 하지만 플람쿠헨은 크기는 피자와 비슷해도 얇고 재료가 적기 때문에 양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러면서도 치즈맛이 듬뿍 느껴지는 피자를 먹는 기분이라서 미각도 즐겁습니다.


플람쿠헨은 보통 독일 향토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플람쿠헨을 파는 곳에서는 절대 피자를 팔지 않는다는 말도 들어보았는데, 일일이 메뉴판을 확인할 수 없는 관계로 "진실"인지 "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피자도 토핑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듯 플람쿠헨도 종류는 많습니다. 그런데 알자스 지방 스타일의 "오리지날" 플람쿠헨을 먹고 싶다면 양파가 메인인 것으로 주문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