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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92. 결혼기념탑과 아르누보

아르누보 또는 유겐트슈틸이라고 하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클림트를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클림트 하면 오스트리아 빈의 분리파, 즉 제체시온(Secession)의 일원이었죠.

제체시온 하면 바로 황금빛 양파를 머리에 쓴 건물이 떠오릅니다. 이게 제체시온 본부의 건물이었고, 지금도 빈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특히 클림트의 흔적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이 제체시온 건물을 만든 이는 클림트가 아닙니다. 바로 아르누보 건축의 대표주자였던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Joseph Maria Olbrich)입니다. 1898년 완공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올브리히는 먼 독일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초청을 받아 활동지를 옮기게 됩니다. 이 작은 도시에서 예술가를 위한, 특히 아르누보 예술가를 위한 거주지를 제공하면서 예술을 육성하였는데, 이들을 가르치며 이끌 지도자로 올브리히를 초청한 것입니다.

이 도시는 다름슈타트(Darmstadt). 오늘날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습니다. 그리고 다름슈타트에서 예술가를 지원하며 "콜로니"를 이루게 한 곳이 마틸다 언덕(Mathildenhöhe)입니다. 올브리히는 다름슈타트에서 가장 높은 급여를 받으며 학생을 지도하고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를 다름슈타트로 초청한 사람은 헤센 공국의 마지막 대공인 에른스트 루트비히(Ernst Ludwig). 다름슈타트에서 예술과 학문을 적극 융성하였던 지고자였습니다. 그는 빈에 자주 갔는데, 거기서 아르누보 예술에 푹 빠져 올브리히를 눈여겨 보고 있다가 스카웃한 것이라고 하네요.


1905년, 에른스트 루트비히 대공은 결혼식을 올립니다. 올브리히는 대공에게 결혼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술과 학문을 적극 융성한 "성군"이어서인지 다름슈타트 시민들 역시 대공을 몹시 좋아했고, 함께 결혼 선물을 주려고 십시일반 돈을 모읍니다.

1908년 결혼 선물이 완성되었습니다. 올브리히의 설계대로 마틸다 언덕 위에 48.5m 높이로 우뚝 선 타워를 짓고, 마치 결혼선서하는 것처럼 손바닥을 쫙 편 형상의 지붕을 엊고는, 이름도 결혼기념탑(Hochzeitsturm; 영어 Wedding tower와 같은 뜻)이라 붙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투박해보이지만 포인트마다 전형적인 아르누보 양식으로 치장하고 있는 게 딱 올브리히의 스타일입니다. 오늘날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호적 사무소가 내부에 있습니다. 독일은 결혼할 때 부부가 시청에 가서 호적 등록을 하는 것으로 결혼식을 완성하는데, 다름슈타트에서는 그 호적 사무소를 시청이 아닌 결혼기념탑에 두고 있다고 하네요. 또한 꼭대기로 올라가면 전망대도 개방되어 있는데, 전망이 크게 빼어나지 않다는 점은 덧붙입니다.

군주에게 결혼 선물로 지어줬다고 하면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는데요. 결혼기념탑 입구 위쪽에 있는 이 부조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렵습니다. 여기 네 개의 조각이 붙어있는데, 각각 힘, 지혜, 정의, 관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결혼 후에도 이 네 가지 덕목을 잊지 말라는 당부인 셈이니 "아부하는" 성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올브리히는 그 실력을 인정받고 독일에 완전히 정착하였습니다. 다름슈타트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곧 "부자 도시" 함부르크에 교수로 초빙받습니다. 그러면서 건축 설계 의뢰를 받아 자신의 아르누보 양식을 한껏 살린 건축을 몇 개 더 남기는데요. 안타깝게도 41세의 젊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하여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뒤셀도르프의 백화점 건물입니다. 1906년 의뢰를 받아 건축하다가 1908년 올브리히가 사망함에 따라 그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이 백화점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크게 부숴졌다가 다시 복구되어 오늘날에는 카우프호프 백화점이 되었는데요. 복구 과정에서 약간의 변형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카우프호프 백화점 건물에서도 파사드 중앙의 선명한 아르누보 표현 양식이 눈에 띄어 이것이 올브리히의 작품임을 짐작케 합니다.

이상, 작가의 결혼기념일 맞이 결혼기념탑과 아르누보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