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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35. 오버바움 다리, 1700개 중 하나

베를린(Berlin)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숫자"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베를린의 다리는 1700개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물의 도시라 불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보다 많다고 합니다.


물론 제가 베를린의 다리를 다 세어볼 수도 없고, 베를린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입장에서 "응?"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것은 인터넷에 떠도는 카더라 통신이 아니라 실제 외신에 언급되는 공신력 있는 이야기입니다.


베를린은 습지 지형에 생긴 도시입니다. 그래서 도시를 관통하는 슈프레강 외에도 크고 작은 운하가 도시 전체 영역에 흐르고 있으니 작은 다리를 다 합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은, 베네치아보다도 다리가 많은 도시 베를린의 1700여개 다리 중 가장 독보적인 명성을 가진 오버바움 다리(Oberbaumbrücke)입니다.

원래 이 자리에는 목조 다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1800년대 후반 베를린의 교통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사람-자동차-전철이 모두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만들고자 지금의 모습으로 오버바움 다리가 완성되었습니다.

다리 위에서 보이는 슈프레강의 조용한 풍경입니다. 한강 등 큰 강에 익숙한 우리 시선에서는 이 정도도 그리 큰 강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오버바움 다리는 베를린에서 가장 긴 다리이고, 여기서 보이는 슈프레강이 베를린에서 가장 "큰 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리의 구조는 이런 식입니다.

자동차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나란히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자동차 도로의 왼쪽, 그러니까 붉은 벽돌로 마치 성벽처럼 쌓아놓은 부분의 위로 전철 우반(U-bahn)이 다니고, 그 아래로는 또 보행자 도로가 있습니다. 즉, 자동차 도로의 양편으로 보행자 도로가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물론 자동차 도로의 가장자리는 자전거 도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전철이 다리는 아래의 보행자 도로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굉장히 삭막하죠. 전철이 지나갈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상당히 삭막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베를린>에서는 이 장소에서 주인공이 접선하여 비밀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삭막한 통로 위로 샛노란 우반이 붉은 벽돌과 탑 사이를 달릴 때에는 정반대의 낭만적인 풍경도 펼쳐집니다. 물론 이것은 날씨운도 좀 따라주어야 합니다. 우반은 매우 자주 다니기 때문에 몇분만 기다리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오버바움 다리도 한때는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베를린이 동서로 나뉘었던 시절, 이 부근은 슈프레강을 기준으로 동서가 갈라졌기에 오버바움 다리가 곧 국경선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물론 통행이 금지되고 다리는 많이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었지만, 허가를 얻은 극소수의 방문자는 이 다리를 건너 서베를린에서 동베를린으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베를린이 통일된 후 끊어진 전철도 복원하였고, 당연히 오버바움 다리도 복원하여 다시 전철이 이 위를 누비게 되었습니다. 당시 복원 후 첫 전철이 운행을 시작할 때 굉장히 큰 이슈로 독일 내에서 보도된바 있습니다.


오버바움 다리의 남쪽에 바로 유명한 햄버거 가게인 부르거마이스터(Burgermeister)와 클럽 워터게이트(Watergate)가 있고, 북쪽으로는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가 나옵니다.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니, 특히 날씨가 좋다면 붉은 다리 위로 지나가는 노란 전철을 배경으로 사진도 남겨보시고, 다리 위에서는 슈프레강의 시원한 풍경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상, 1700여개의 다리 중 가장 유명한 오버바움 다리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