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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91. 2023 옥토버페스트에 다녀왔습니다.

세계 3대 축제라 불리는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1800년대부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같은 포맷의 축제가 계속되어 올해 188회 옥토버페스트가 열렸습니다. 옥토버페스트는 심지어 1,2차 세계대전 중에도 규모를 줄일지언정 축제는 멈추지 않았는데, 전쟁 중에도 열린 축제가 코로나 팬데믹 중 2년 동안 취소되기도 하였습니다.

2023년 독일 취재 중 날짜를 맞추어 옥토버페스트 현장에 방문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점은 없는지, 여행자가 주의할 점은 없는지, 한나절 꼬박 체험한 결과 예년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2023년 옥토버페스트를 소개합니다.

옥토버페스트는 약 2~3주 일정으로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진행합니다. 이 짧은 기간 중 축제 방문객이 600~700만명으로 집계되며, 약 700~800만 리터의 맥주가 소비됩니다. 가히 세계적인 맥주 축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축제는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라는 이름의 넓은 공터에서 진행합니다. 입장 무료. 축제를 위하여 15개 안팎의 대형 천막을 만들어 맥주를 판매합니다. 여기서 천막(tent)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튼튼한 가건물이며, 뮌헨 6대 맥주회사에서 운영합니다. (호프브로이, 파울라너, 아우구스티너, 슈파텐, 뢰벤브로이, 하커프쇼르)

옥토버페스트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축제를 위해 양조한 페스트비어(Festbier)로서, 일반적인 라거 타입 맥주보다는 도수가 살짝 높습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축제에서 마신 메르첸비어(Märzenbier; '3월의 맥주'라는 뜻으로 과거 맥주 양조가 금지된 여름철이 되기 전 장기 보관을 목적으로 봄에 도수를 높여 양조하였다가 가을 축제에서 남은 재고를 모두 소진한 것에서 유래함)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또한, 맥주는 마스(Maß)라 불리는 1리터 사이즈 잔으로만 서빙합니다. 맥주 1리터라고 하면 배부를 것 같은데, 독일 맥주는 향이 좋고 풍미가 좋아서 안주 없이 마셔도 금세 비울 수 있답니다. 1리터 맥주 가격은 각 천막마다 차이는 있으나 2023년 기준 평균 14.5유로 정도입니다. 워낙 복잡하고 사람이 많다보니 주문한 맥주나 음식을 가지고 오면 먼저 결제하는데, 팁 지불은 강력히 권장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유념하여야 합니다. (곳곳에 ATM 기계는 설치되어 있습니다.)

각 천막의 규모는 대략 실내 6000~80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실외석을 포함하면 최대 1만명을 동시에 수용합니다. 이러한 천막이 15개 안팎이 있으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우니 옥토버페스트 현장에서는 최소 10만명 이상이 동시에 맥주(1리터 대용량)를 비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맥주나 음식 주문 방법. 천막에 들어가 빈 자리를 찾으면 앉습니다. 합석은 기본이라고 보면 되겠고요.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을 보고 주문할 것을 결정하고 있으면 점원이 와서 주문 받습니다. 주문한 식음료가 나오면 결제하고, 먹고 마신 뒤 그대로 놓고 나오면 끝. 음식은 통닭구이나 학세 등 일반적인 독일 향토요리 위주이며, 논알콜 음료도 판매합니다.

천막 내에서는 밴드가 연주하며 흥을 돋우고, 사람들은 의자 위에 일어서서 노래하고 소리지르고 건배하며 춤도 추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냅니다. 옆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시끌벅적한 분위기라고 보면 됩니다. 혹시 그 정도의 시끄러움은 피하고 싶다면 실외로 가세요. 실외 테이블도 주문 방법은 같습니다. 실외에서는 밴드 음악이 거의 들리지 않아서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일상적인 행위가 가능합니다.

이 정도로 복잡하면 혹시 테이블 예약이 가능할까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각 천막마다 몇 개월 전부터 테이블 예약을 오픈하지만, 몇 명 좌석 예약 수준이 아니라 아예 테이블 하나를 통째로 예약하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10~20명 정도의 단체일 때 가능하고요. 예약 시 맥주와 음식이 기본 포함되므로 금액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단체예약을 먼저 걸어놓고 개별 예약을 받아 투어 상품처럼 운영하는 현지 에이전트도 있기는 합니다만 공식 루트는 아니므로 따로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맥주 마시고 그 다음엔 뭐해요? 축제니까 현장에 가득 설치된 매점에서 간식도 사먹고 기념품도 사고 놀이기구도 이용합니다. 놀이기구는 그 앞에 매표소가 따로 있습니다. 소액을 내고 마음에 드는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데, 대관람차 같은 보편적인 기구는 물론이고 젊은이들도 비명을 지르며 재미있게 이용할 만큼 아찔한 놀이기구도 여럿 있으니 마치 테마파크에 놀러온 것처럼 하루종일 신나게 놀 수 있을 겁니다.

혹시 화장실은?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요금을 받지 않습니다. 대형천막 내에도 각각 설치되어 있고 실외에도 곳곳에 있습니다. 단,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므로 아주 청결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할 것은, 축제 장소 한쪽 끝에 따로 마련한 오이데 비젠(Oide Wisen)입니다. 그 이름은 바이에른 방언으로 "옛 박람회장"이라는 뜻인데, 2010년부터 옛날 느낌의 놀이시설과 천막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구역을 따로 차리고 오이데 비젠이라 부릅니다. 여기에는 아찔한 놀이기구는 없고, 회전목마 등 어린이가 좋아할만한 아기자기한 시설이 많습니다. 오이데 비젠은 별도 입장료(4유로)가 있으며, 티켓(손목 끈)을 가지고 당일 몇 번이고 자유롭고 들락날락할 수 있습니다.

오이데 비젠은 특히 어린이와 함께 방문하면 좀 더 건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이고, 각 놀이기구마다 별도 티켓팅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입장료가 있어서인지 오이데 비젠 내에 있는 천막에서는 맥주 가격도 1유로 정도 저렴합니다. 그리고 천막이 덜 붐비기 때문에 자리 찾기도 수월하고요. 맥주나 음식은 당연히 동일합니다. 단, 밤 9시 이후에는 오이데 비젠 입장료가 면제되므로 이때부터는 덜 붐비는 메리트가 없어집니다.

오이데 비젠의 천막 중 무제움스벨트(Museumswelt)에서는 옥토버페스트의 오랜 역사를 약간의 자료와 함께 전시하는 박물관 역할도 하는데요. 눈에 띄었던 것은 개막식에 맥주 통을 따면서 쓴 방망이 컬렉션이었습니다.

먹고 마시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좀 쉬고 싶을 때에는 테레지엔비제 한쪽에 우뚝 선 바바리아 여신상으로 올라갑니다. 계단에 걸터앉아 축제 현장을 바라보는 것도 절경입니다.

주의사항 1. 보안을 위해 캐리어나 백팩 등 큰 짐은 반입할 수 없습니다. 약 20x15x10cm 정도 사이즈의 핸드백이나 크로스백 또는 작은 배낭 정도는 반입할 수 있으나 입구에서 보안요원이 소지품 검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입장 후에도 다시 천막에 들어갈 때 일부 천막에서는 보안요원이 소지품 검사를 진행하고요.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여 입구 앞에서 버리도록 하는 곳도 있습니다. 만약 큰 짐을 가지고 가면 입구 앞에 코인락커가 있기는 합니다만 워낙 많은 사람이 방문하기 때문에 빈 자리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그냥 돌아가야 합니다. 뮌헨 중앙역에도 코인락커가 굉장히 많이 준비되지만 역시 빈 자리 찾기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큰 짐은 안 가지고 온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주의사항 2. 예전에도 그랬지만 2023년에도 축제 기간 중 뮌헨 숙박료는 살인적으로 오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호스텔 도미토리가 3성급 호텔 요금을 받습니다. 그마저도 몇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빈 방 찾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숙박료를 과다 지출하기보다는, 뮌헨에서 레기오날반으로 40~60분 떨어진 근교에 숙소를 두고, 바이에른 티켓 가지고 뮌헨을 왕복하는 방식의 여행을 권장합니다. 저는 이번에 란츠후트(Landshut)에 묵었습니다. 기존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까지 가서 숙박하기도 했었답니다.

주의사항 3. 축제 기간 중 맥주통을 끄는 꽃마차가 테레지엔비제 광장과 뮌헨 시내를 오가며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데요. 아무래도 마차가 다니는 길에는 말의 배설물이 발생하는 건 불가항력입니다. 수시로 치우기는 하므로 불상사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겠습니다만 아무튼 주의가 필요합니다.

경찰과 보안요원은 축제 현장에 상주하고 있으며, 축제 현장 전역을 CCTV로 감시합니다. 따라서 치안과 관련하여 불미스러운 일은 크게 우려할 필요 없으나, 아무래도 술을 마시는 자리이다보니 간혹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비가 붙으면 절대 직접 상대하지 말고, 천막 내에서는 점원을 통해 보안요원을 호출하고, 실외에서는 경찰을 부르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입니다. 또한 복잡한 곳에서 지갑이나 핸드폰 등 귀중품은 각별히 잘 챙겨야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팬데믹 이후 처음 방문한 옥토버페스트였지만 과거와 큰 차이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낮부터 밤까지 몇 바퀴 돌면서 맥주 3잔, 그러니까 3리터를 안주 없이 마셨습니다. 여전히 정신없이 시끄럽지만 활기 넘치고 재미있는 축제 현장입니다. 맥주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한 번은 방문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추신. 2024년 옥토버페스트는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