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항공사를 고르는 기준
어떤 경우이든 장거리 비행이 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똑같은 항공사라고 해도 기종에 따라 기내 컨디션이 다르고, 또 사람마다 느끼는 불편함이 다 다르기 때문에, 사실 항공사를 고르는 것에 너무 골치를 썩히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막상 타보지 않는 이상 자신이 느낄 불편함을 알기란 어렵다. 그러니 어떤 항공사를 골라야 할지 고민이라면 아래 사항을 더 우선적으로 체크해보자.
1. 가격
당연히 가장 크게 고려할 옵션은 가격이다. 항공사에 따라 수십만원까지도 요금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당연히 저렴한 항공사일수록 아무래도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항공사는 없으니, 얼마간의 불편을 좀 더 감수한다 생각하면 될 듯. 이건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데, 어차피 불편할 거 좀 더 불편해도 저렴한 게 좋다는 사람인지, 아니면 어차피 불편할 테니 조금이라도 불편을 줄이는 비용을 지불하는게 좋다는 사람인지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이다.
물론 가격은 유류할증료 등 택스를 포함한 금액으로 확인해야 함은 물론이다. 구입하는 곳마다 가격에 택스 포함 여부가 다르다. 번거롭더라도 택스가 불포함인 경우는 택스를 따로 확인하여 항공권 가격에 더한 금액으로 계산한 뒤 비교해야 한다.
2. 경유 회수 및 시간
직항의 선택폭이 좁기 때문에 경유 항공권을 예약하게 될 일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 경유에도 분명히 차이가 있다. 경유 회수는 보통 1~2회. 1회와 2회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또한 환승지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가, 오래 기다릴거면 공항 밖으로 나가 시내관광을 할 수는 없는가, 환승 시간대가 피곤하지 않은가 등등. 시내관광을 할 수 있는지는 그 나라에 입국할 때 비자 필요 여부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경유가 더 불편하고 나쁘다는 인상을 받게 될 것 같다. 장거리 비행 시, 가령 10시간을 논스톱으로 가는 것과 7시간+5시간을 나누어 가는 것을 비교해보자. 총 시간으로 따지면 직항이 더 빠르지만, 오히려 중간에 쉬었다 가는 것이 피로도가 덜할 수 있다. 게다가 경유지에서 대기시간이 넉넉하면 (또는 스톱오버를 하면) 여행을 추가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결국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므로 무조건 경유가 불편하고 나쁘다는 선입견은 갖지 말자.
3. 마일리지
항공 마일리지 적립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장거리 비행 시 보통 8천~9천 마일리지(왕복 기준) 정도를 적립받는다. 1만 마일리지로 국내선(제주 포함) 보너스 항공권이 가능하므로, 여기에 조금만 더 모으면 마일리지를 사용할 정도로 모으게 된다는 뜻. 따라서 마일리지는 한 곳에 모아야 나중에 보너스 항공권을 받기 편하므로 이미 마일리지를 조금이라고 가지고 있다면 해당 마일리지로 계속 적립하는 것이 이득이고, 그러면 항공권 가격이 엇비슷하다면 당연히 마일리지 적립이 유리한 것을 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마일리지를 모을 때에는 아무래도 국적기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적립하는 것이 낫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 동맹,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 동맹으로, 각 동맹에 소속된 항공사 이용 시에도 국적기 마일리지를 받을 수 있고, 나중에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받을 때에도 제휴 항공사의 항공권을 받을 수도 있다. 항공 동맹체는 그 외에 원월드까지 총 세 곳이 있다.
- 스카이팀 :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KLM, 아에로플로트, 델타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모두보기]
- 스타얼라이언스 : 아시아나, 루프트한자, 터키항공, 싱가포르항공, 유나이티드 항공, 중국국제항공 등 [모두보기]
- 원월드 : JAL, 케세이퍼시픽, 핀에어, 영국항공, 아메리칸 에어라인, 콴타스 항공, 에어베를린 등 [모두보기]
단, 이런 제휴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은 무조건 100% 적립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권마다 예약등급이 구분되는데, 예약등급에 따라 적립율이 최저 100% 이하인 경우가 많다. 만약 적립율이 50%라면, 원래 9천 마일이 적립될 항공편이었다면 실제 적립은 4,500 마일만 쌓인다는 뜻이다. 적립율이 0%이면 실제 적립될 마일리지는 없다. 등급별 적립율은 각 항공사 홈페이지에 안내가 되어 있으니 사전에 확인할 것.
4. 서비스/기타
단거리 비행이라면 서비스의 질은 크게 중요치 않다고 본다. 하지만 장거리 비행이라면 이것도 신경쓸 수밖에 없다. 유럽까지 족히 10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비행기에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고 좌석은 불편하고 기내식도 형편없다면 피로가 몇 갑절 늘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항공사별로 평점을 발표하는 사이트를 참고하면 구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관련 포스팅 : http://reisende.tistory.com/662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즉 우리나라 국적기가 서비스와 편의성 측면에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항공사이지만, 가격도 가장 비싼 편에 속하므로(적어도 한국인이 한국에서 구입할 때는 국적기가 가장 비싸다) 수십만원 비싸더라도 좀 더 편한 쪽을 택할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외국 항공사 중에서는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항공 등 중동 지역의 항공사가 우수하고, 루프트한자나 에어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의 항공사는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은 우수하지만 좌석은 좁은 편이다.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인구가 많은 나라의 항공사는 늘 악명 높기로 유명하니 참고할 것.
Bonus. 좋은 좌석을 고르는 기준
항공사를 골랐으면 다음으로 좋은 좌석을 고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지사. 실제로 좋은 좌석을 골라달라는 질문도 굉장히 많이 받아보았다. 여행 전문가 또는 마니아들에게는 좌석을 고르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소위 비상구 앞좌석이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가급적 앞좌석을 선호하고(뒷좌석은 엔진 소음이 크고 승하차가 늦다), 뒤가 벽으로 막힌 좌석은 피하며(의자가 덜 젖혀진다), 화장실 주변 좌석은 피하는(사람이 북적거려 불편하다) 식으로 말이다. 아예 이런 기준을 가지고 각 항공사의 항공기별로 좋은 좌석과 나쁜 좌석을 분류해둔 사이트를 참고하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 관련 포스팅 : http://reisende.tistory.com/661
하지만 필자는 이런 구분을 선호하지 않는다. 필자의 지론은 매우 간단하다. 장거리 비행은 옆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불편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구분하는 소위 "명당 좌석"과 그렇지 않은 좌석의 불편한 편차가 얼마나 될까. 어차피 이코노미석에서 장거리 비행은 어디에 앉든 힘들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좌석이라고 해도 불편한건 똑같다는 뜻. 그런데 좋은 좌석이라고 해서 미리 선점했는데, 나중에 비행기에 탑승해보니 옆좌석에 덩치가 큰 사람 또는 암내가 심한 사람이 앉아있다고 가정하자. 또는 옆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탔는데 그 아이가 하루종일 울고 있다고 가정하자. 차라리 좋은 자리를 버리고 구석으로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 들 것이다. 반면, 불편한 좌석이라고 해도 옆에 아무도 앉지 않으면 최고의 비행이 되지 않겠는가. 참 싱거운 결론이겠지만, 결국 좋은 좌석은 복불복이다. 그러니 괜히 이 때문에 머리 싸메지 말자.
다만 이런 식으로 머리를 굴려보고 운에 맡길 수는 있다. 필자가 한 번 작은 단체의 항공권을 예약해준 적이 있는데, 당시 좌석을 나란히 지정하지 않고 한 좌석씩 떨어뜨려 지정했었다. 가령, 창가 자리가 A~C열이라면, A와 C만 지정하고 B는 비워두는 것이다. 누구도 B열에 앉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비수기에 좌석 여유가 있다면 B열은 끝까지 비어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A와 C에 앉은 사람은 모두 편하게 갈 수 있다. 만약 B열에 다른 사람이 앉을 정도로 탑승객이 많다면 어차피 어떻게 지정하든 불편하기는 똑같다. 그래서 모험을 해보았는데 다행히 좌석이 비어 모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혹시라도 B열에 누가 앉아 일행이 A와 C로 떨어지게 된다면, 그 사람에게 부탁하여 자리를 바꾸어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B열에 앉은 사람에게 A나 C에 앉으라고 하면 거절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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