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 탑승하고 자리를 찾았다면 그 다음은 티켓팅 차례. 티켓팅은 객차를 관리하는 차장이 수동 검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신이 기차에 탄 후 차장이 다가와 표를 보여달라고 하면, 그 때 유효한 티켓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표 제시를 요구할 때는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도 일단) "Fahrkarte, bitte!"(파르카르테 비테), 즉 "승차권 보여주세요"라고 독일어로 정중하게 요구하곤 한다.
ICE처럼 여러 객차가 연결된 열차편은 여러 차장이 동시에 탑승하여 구역을 나누어 관리하고,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열차는 한 명의 차장이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거리 노선은 중간에 차장이 교체되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영어를 못하는 차장은 아주 드물게 보았다.
이들은 기억력이 매우 뛰어나 한 번 검표를 하면 그 다음에는 표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다. 역에 정차할 때마다 새로운 승객이 탑승하므로 차장이 매번 객차를 순회하며 검표를 하지만, 한 번 검표한 사람에게 다시 검표를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 기차에 오래 타고 있을 때는 표 검사를 한 번 더 할 때도 있다. 이것은 짧은 구간의 표를 산 뒤 장거리를 가는 무임승차를 체크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여행자는 따로 신경쓸 것 없이 차장이 표를 보여달라고 할 때만 보여주면 된다. 1회권 티켓이라고 해도 검표 후 절대 버리지 말고 하차할 때까지 지참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환승 시에는 기차를 탈 때마다 표 검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시스템이 이러하므로 만약 운이 좋다면 무임승차를 했는데 표 검사를 안 받고 하차할 수도 있다. 특히 한 정거장 정도 가는 단거리 여정일 때 무임승차의 유혹을 많이 느끼게 될는지 모른다. 하지만 무임승차로 걸리게 되면 벌금이 적지 않으므로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약 5~6년 동안 매년마다 독일에 가서 기차를 탔는데 해가 지날수록 검표 빈도가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ICE나 IC는 최근에 검표 없이 지나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독일 철도청에서도 무임승차 방지를 위해 신경쓰고 있는 모양이다. 2~3년 전만 해도 무임승차로 걸린 사람들도 종종 구경했는데, 갈수록 그런 구경을 하지 못한 것도 괜한 느낌만은 아닐 거라고 본다.
그런데 독일 철도청의 요금 체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차장도 티켓의 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심지어, 독일 철도패스 같은 유명한 티켓조차도 잘 몰라서 도장을 잘못 찍어주는 차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들도 사람인 이상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명심할 것은 잘못된 검표로 인해 불이익이 생기면 그것은 독일 철도청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검표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차장에게 정정을 요구하여 확인 도장을 받아야 뒤탈이 없다.
- 철도패스 검표 실수와 관련된 에피소드 : http://reisende.tistory.com/430
무임승차로 걸렸을 때에도 차장의 판단 하에 벌칙이 결정된다. 운이 좋다면 그 자리에서 표를 사게 하여 제값만 내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벌금까지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독일인은 기본적으로 융통성 있거나 친절한 민족이 아니다. 게다가 저들도 일종의 공무원이므로 관료주의적인 기질이 있어 더욱 딱딱하다. 가급적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부정행위는 절대 하지 말 것을 권한다.
만약 일부러 무임승차하다가 걸렸다면, 괜히 어설픈 변명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열차가 바로 들어와 시간이 없어 일단 탔는데, 당신에게 표를 사겠다"고 이야기하시라. 차장에게 표를 사는 것은 수수료가 붙어서 좀 더 비싸지만 벌금을 내는 것보다는 낫다. 괜히 변명하거나 되러 따지거나 언성을 높이면 그게 오히려 더 불리하다.
실수로 다른 기차를 탔을 때는 다음 역에 내리도록 한다. 그 정도까지는 융통성을 발휘해주지만, 내린 뒤 목적지까지 유효한 기차표를 사야 함은 물론이다. 혹시라도 깜빡 졸다가 목적지를 넘어갔을 때에도 되돌아가는 티켓은 본인이 다시 사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차장에게 부탁하면 확인 도장을 찍어줘 되돌아가는 티켓을 구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안 생기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복잡한 요금 체계 때문에 정말로 잘 몰라서 유효하지 않은 티켓을 들고 탄 경우인데, 이 때는 최대한 정중하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차장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 것. 차장에게는 차내 질서 유지를 위하여 경찰을 불러 승객을 인도할 권한도 있으니 절대로 과도하게 따지거나 억지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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