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통정보/기차

6. 탑승과 환승 : (8)에어자츠(임시교통편)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어떤 역이나 선로에서 큰 공사를 할 경우 해당 구간에 기차가 지나다닐 수 없어 운행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A→B→C→D 순으로 가는 열차가 있다고 해보자. 이 때 B 역에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느라 플래폼이 모두 막혔다면 열차가 지나갈 수 없어 C나 D로 가는 승객이 난감해진다.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이러한 경우에 독일철도청은 임시교통편을 준비한다. 위의 경우에 B가 공사중이라면, A에서 임시 버스가 출발하여 B를 거쳐 C까지 가고, C에서부터는 다시 기차가 D로 가는 식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당연히 시간은 더 오래 걸리고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공사중이더라도 어떻게든 교통편은 마련해준다는 뜻.


이런 임시 교통편을 독일어로 에어자츠(Ersatz; "대신"이라는 뜻)라고 부르며, "노선교통편"을 뜻하는 단어를 붙여 쉬넨에어자츠퍼케어(Schienenersatzverkehr; 약자로 SEV)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굳이 에어자츠를 번역하지 않고 독일어 발음대로 소개하는 것은, 그래야 나중에 혹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덜 헤맬 것이기 때문이다. 공사와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만큼은 영어 안내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독일어로 Ersatz 라는 단어를 알아야 표지판을 쫓아가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에어자츠 버스
Tutzing | 2013.6.18.
▲버스 앞에 Ersatz라고 적혀있고, 행선지가 나온다. 해당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임시 교통편이라는 의미이다.

위 사진은 뮌헨(München)에서 지역열차를 타고 가다가 투칭(Tutzing)이라는 작은 역에서 공사로 인해 더 이상 열차가 운행하지 않아 다음 역까지 임시로 배정된 에어자츠 버스이다. 꼭 이런 고속버스가 제공된다는 보장은 없다. 조그마한 승합차이든 시내버스이든, 당장 사정이 되는대로 교통편을 수소문하여 임시로 배정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에어자츠 교통편에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Ersatz 라는 표지판을 붙이기 때문에 식별할 수 있다.


또한 에어자츠가 투입될 정도의 공사라면 현장을 정리하는 사람이 꼭 1명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어디서 에어자츠 버스를 타야 할지 모르겠다면 직원에게 물어보면 가르쳐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외딴 곳이 아닌 이상 그 열차를 이용하는 다른 독일인들을 뒤따라 가면 십중팔구 에어자츠 버스가 있는 곳이 나올 것이다.

에어자츠 표지판
Jena | 2016.4.13.
▲Zum Ersatzverkehr(임시 교통편 타는 곳)이라고 적혀있는 표지판

이런 에어자츠는 꼭 기차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대중교통도 해당된다. 물론 대중교통의 경우 지하철 공사 등으로 이용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노선으로 어디서 갈아타고 가라는 식의 안내가 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그렇게 가기 어려운 구간이라면 에어자츠 교통편이 제공된다.


필자는 뮌헨에서 S-bahn이 공사로 운행하지 않아 에어자츠 트램을 타고 시내로 이동한 경험도 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이러한 돌발상황이 생기면 영어 안내는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독일어를 모르면 직원을 붙잡고 물어볼 것.


아울러 에어자츠 교통편은 임시편인만큼 티켓팅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원래 교통편의 티켓은 제시해야 한다. 가령, 기차역 공사로 에어자츠 버스를 타게 되면, 그 구간에서 유효한 기차표를 보여줘야 버스에 탈 수 있는 식이다. 그런데 경험상 티켓 검사를 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어차피 임시편인만큼 티켓을 볼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티켓은 보여달라고 하면 그 때 제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