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통정보/버스

다시쓰는 버스정보 9. 주의사항

앞서 정리했듯 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당연히 이것은 여행자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고, 이동수단으로 버스를 택하게 될 확률이 앞으로도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리 이야기한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버스를 맹신하지 말라. 대도시라면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당신의 출발지가 중소도시라면, 아무리 저렴한 버스표가 있다한들 섣불리 선택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소도시의 버스 터미널(ZOB)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대도시도 변변한 전광판을 갖춘 ZOB를 찾기 힘든데, 중소도시의 ZOB가 심각할 정도로 열악한 것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이런 도시들은 ZOB에 직원 한 명 없고 아무런 안내도 없다. 길거리에 정류장 표지판 하나 세워두고 ZOB라고 하는 도시도 있고, 기차역 뒤편 주차장 구석에 버스 정차선을 그려놓고 ZOB라고 하는 도시도 있다.


이런 중소도시는 필시 버스노선의 출발점은 아닐 것이다(노선이 대도시~대도시로 계획되므로). 그래서 버스가 중간에 거쳐가는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승차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하차하는 사람 몇 명을 위해 ZOB를 제대로 만들 필요성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이런 중소도시에서 버스를 승차한다면, 버스가 늦게 도착하더라도 무작정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버스가 오기는 오는지 어디다 물어볼 곳도 없고, 혹 내가 잘못된 곳에서 기다리는건 아닌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버스가 제 시간에 와주면 다행이지만 교통정체 등으로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경우 온갖 생각이 머리에 스쳐지나가게 될 것이다.

아마 독일에서 버스 여행이 더 활성화되고, 더 많은 버스업체가 생겨서 노선도 늘어난다면, 그 때는 ZOB의 시설도 많이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보았을 때, 중소도시의 ZOB에서 버스를 탈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권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대도시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혹 하차지점이 중소도시라 하더라도 괜찮지만, 버스 탑승 장소가 중소도시가 되는 경우에는 가급적 이용을 삼가할 것. 혹 탑승을 결정한다면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마냥 기다릴 수 있음을 감수할 것.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8 유로라는 매력적인 가격에 이끌려 카셀(Kassel)에서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했는데, 카셀의 ZOB에서 1시간 반을 그냥 기다려야 했다. 물어볼 곳도 없고, 점점 날은 어두워지는데 후미진 ZOB는 부랑자들도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결국 어쩔 수 없이 기차표를 사서 프랑크푸르트로 갈 수밖에 없었다. 버스표는 버스표대로 날리고, 기차표는 당일에 기차역에서 구매하느라 가장 비싸게 구매하고, 이중고를 겪어야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