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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독일 총선은 어떻게 치러지나?

2017년 9월 24일은 독일 연방의회선거일. 우리식 표현으로는 총선에 해당된다. 전국의 국회의원(하원)을 뽑는 날이다.


곧 결과가 나올 것이고, 메르켈 총리의 4선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나중에 독일 언론의 업데이트를 보고 다시 정리하도록 하고, 우선 독일 총선의 방식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메르켈 총리가 4선에 도전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므로 마치 총리를 뽑는 선거로 느껴지지만 독일의 총리는 국민투표로 뽑지 않는다. 유권자는 자기 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지 정당에 투표한다. 한국의 총선과 유사하다. 기본 정원은 지역구 299명, 비례대표 299명.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정당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분배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데, 독일은 정당지지율대로 의석이 분포되도록 당선자를 결정한다. 무슨 뜻인고 하니, 만약 정당지지율에서 A 정당이 50%가 나왔다 치자. 그러면 A 정당은 총원 598명의 50%인 299명을 원내로 보내게 된다. A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200명이라면, 나머지 99명이 비례대표 당선으로 의원직을 얻게 된다. 만약 B 정당이 10%의 지지를 받았다면 59명의 의원을 원내로 보내게 되는데, 이 정당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단 한명도 없다면 59명 전원 비례대표로 채워 당선자가 결정된다. 이러한 방식을 정당명부제라고 한다. 단, 지역구 당선자 3명 미만 및 정당지지율 5% 미만의 군소정당은 비례대표 당선에서 제외된다.


(만약 지역구 당선자가 총 당선자보다 많을 경우 모든 당선이 인정된다. 가령 C 정당이 득표율에 의해 총 100명의 의원직을 얻게 되는데, C 정당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110명이라면 C 정당은 110명 모두 의원이 되고 비례대표는 없다. 그러면 의회 총원이 10명 추가되어 608명의 의원이 활동한다. 이것을 잔여의석이라고 부른다. 잔여의석은 어쩌다 생기는 게 아니라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의원 총원이 690명이니 거의 100명 가까이 잔여의석으로 추가된 인원인 셈이다.)


그리고 과반 정당의 당수가 총리가 된다. 메르켈이 4선에 도전한다는 것은, 메르켈의 소속정당인 기민당이 과반 정당이 되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메르켈을 지지하면 기민당에 투표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메르켈을 직접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과반이 되도록 연정을 구성해야 된다. 가령 원내 1당이 40%의 의석을 가졌다면, 10% 이상의 의석을 가진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 과반을 넘기고 총리를 배출한다. 물론 연정 파트너는 자신들의 핵심 공약을 조건으로 내걸고 협상한다. 그 공약을 추진할 자리의 장관직을 약속받기도 한다. 과반을 구성하게 해주는 대신 자신들의 핵심 공약이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에 실패했는데 과반 의석을 구성하기 위해 자유한국당과 연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자유한국당은 법인세 인하 등 민주당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 자신들의 정책을 조건으로 건다. 민주당 정부지만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야 된다. 한국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독일에서는 늘 이런 식으로 권력이 작용되어 왔다. 자연스럽게 권력의 견제가 가능하고, 다양한 이념이 국정에 반영된다.


그리고 독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늘 선거에서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는다. 워낙 지역색이 강해 각 지역마다 세력이 강한 정당이 따로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히틀러의 독재를 겪어봤기에 어느 한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메르켈의 기민당은 과반 정당이 아니다. 그래서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과반을 채워 메르켈이 총리가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기민당이 1당이 될 것이 유력하지만 과반은 실패할 것으로 전망되고, 과연 누가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가 될 것인지도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아울러 또 하나의 관심사는 독일의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과연 몇 석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특정 지역의 지방자치선거에서는 AfD의 약진이 두드러져 지방의회에서 의석을 챙긴 사례가 나왔지만 아직 독일 연방의회에 AfD의 의석은 없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AfD의 원내 입성은 기정사실화되어 있고, 과연 몇 석을 얻을 것인지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AfD가 3당으로 올라선다면 골치아픈 뉴스거리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위 사진은 이번 독일 총선의 캠페인 포스터이다. 한국도 선거를 치를 때마다 거리에 포스터를 붙이듯이 독일도 이런 포스터를 거리에 붙인다. 그런데 포스터의 느낌이 참 고전적이고 투박하다. 한국처럼 마치 제품을 광고하듯 세련된 이미지메이킹을 하지 않고, 정직하게 자신들의 구호를 이야기하는 것에 집중한다.


메르켈의 기민당의 선거구호는 "하나의 독일, 우리가 번영하고 행복하기 위해"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심지어 포스터에 메르켈의 이름도 없다(물론 이름을 적지 않는다고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민당은 구호도 없이 총리 후보인 마르틴 슐츠의 이름만 적었다. AfD의 포스터는 아래줄 오른쪽인데, 어차피 총리가 될 사람이 없으니 총리 후보를 내세우지 않고 당의 구호만 적었다. "독일에 용기를"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는데, 극우정당 찍는다고 쪽팔려하지 말고 용기 내서 찍어달라는 뉘앙스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