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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12. 최초의 크리스마스마켓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도 괜히 혼자 궁금해 찾아보는 직업병(?) 때문에 한 번 찾아봤습니다. 과연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마켓은 어디일까요?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명제입니다. 일단 크리스마스마켓의 정의부터 내려야 하기 때문인데요. 크리스마스에 자녀에게 줄 선물을 사라고 열리는 마켓을 크리스마스마켓이라고 합니다만 이 풍습은 종교개혁 이후에 생겼구요. 그 전에는 성 니콜라스 데이(12월 6일)에 자녀에게 줄 선물을 사라고 열리는 겨울 마켓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문자 그대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한 크리스마스마켓을 기원으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그 전부터 존재한 겨울 마켓을 기원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죠. 게다가 겨울 마켓은 워낙 오래 전부터 전통이 존재했기에 문헌상의 기록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만약 성 니콜라스 데이를 위한 겨울 마켓을 기원으로 한다면,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마켓은 오스트리아 빈(Wien) 또는 독일 뮌헨(München)입니다.

뮌헨에서는 1310년부터 니콜라이마켓(Nikolaimarkt; 성 니콜라스 마켓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으로 겨울 마켓이 열렸다고 합니다. 자녀에게 선물할 것을 사는 마켓이라는 점에서 크리스마스마켓의 기원으로 여기기에 이상하지는 않죠.


그러면 뮌헨이면 뮌헨이지 왜 "빈 또는 뮌헨"이라고 했을까요?

빈의 겨울 마켓은 1298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면 뮌헨보다 먼저, 세계 최초의 마켓이 맞습니다. 그런데 어떤 자료에는 빈의 겨울 마켓을 1382년부터라고 기록하기도 합니다. 역사가들이 다른 해석을 내리니까 제가 여기에 뭐라고 코멘트를 달기는 어렵고, 아무튼 그래서 빈이 최초일 수도 있고 뮌헨이 최초일 수도 있는데, 많은 자료가 빈을 최초(1298년)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문자 그대로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사는 마켓, 즉 종교개혁 이후의 새로운 풍습을 기준으로 최초의 크리스마스마켓을 꼽으면 어디일까요?


1570년부터 열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의 크리스마스마켓입니다.

종교개혁의 시작이 1517년, 개신교가 공인된 아우크스부르크 화의가 1555년,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개신교가 이단이 아니라고 인정받은 뒤 오래 지나지 않아 처음 시작된 셈입니다.

참고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마켓으로 꼽히는 뉘른베르크(Nürnberg)는 1628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왜 종교개혁 이후에 이런 풍습이 새로 생겼는고 하니, 크리스마스이브에 자녀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을 처음 제안하고 실행한 이가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후 개신교를 받아들인 도시에서는 루터를 따라서 성 니콜라스 데이가 아니라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을 주는 풍습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니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3개국의 도시가 나오는데요. 당시에는 모두 신성로마제국이라는 하나의 큰 틀에 속한 도시들입니다. 크리스마스마켓은 기독교 문화권에서 태동한 풍습이고, 당연히 종교적 색채가 가장 강한 신성로마제국에서 시작되어 발전하였습니다.

(프랑스까지 신성로마제국이었던 건 아니지만 당시만 해도 스트라스부르가 속한 알자스 지방은 1500년대까지 독일-물론 당시는 독일이 아니지만-의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크리스마스마켓이 가장 성대히 열리고 전통도 유구한 나라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여기에 스트라스부르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알자스-로렌 지방이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