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13. 베를린 맛집, 무터 호페

베를린에서 독일 향토요리, 특히 베를린 지역의 향토요리를 먹고 싶다면 가장 먼저 거론될만한 곳이 바로 무터 호페(Mutter Hoppe)입니다. 니콜라이 지구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아담한 레스토랑인데, 식사 시간에는 예약 없이 아예 착석이 불가능한(그리고 성수기에는 예약도 당일에 불가능한) 인기 식당입니다.

저는 예약을 하며 취재할 수는 없는지라 예약 없이 애매한 시간대에 갔습니다. 방문 당시 오후 3~4시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바 테이블 외에는 이미 만석. 이마저도 곧 빈자리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니 식사 시간대에는 자리가 없을 수밖에요. 기다린다고 될 문제도 아닙니다. 손님이 나가도 다음 시간대의 예약이 또 잡혀있으니까요.


그러면 왜 여기가 이렇게 유명한고 하니, 맛이 좋고 양이 엄청난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유명세를 타면서 여기저기 소개되었고, 방문 당시에도 아시아 사람이 굉장히 많이 보였습니다. 저 역시 수년 전부터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곳입니다.

"독일식 수육"이라 할 수 있는 아이스바인(Eisbein)을 주문했습니다. 시간은 좀 걸렸어요. 그리고 음식이 나온 뒤 매우 당황했습니다. 주문을 잘못한 줄 알았어요. 이걸 어떻게 먹으라는 건지 난감할 정도의 초대형 아이스바인이 나왔거든요. 한국식으로 비유하자면, 소(小)를 시켜야 되는데 내가 실수로 대(大)를 시켰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게 맞대요.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진짜 이게 기본적인 아이스바인이 맞았습니다. 물론 메뉴판에 소/중/대가 나뉘어있지도 않습니다.


결국 다 못 먹고 남겼습니다. 남자 2명이 먹어도 배부를 사이즈에요. 가격은 14.5유로입니다. 독일에서 이런 메인디쉬가 14.5유로면 저렴한 편입니다. 심지어 양까지 많으니 어찌 안 갈 수 있겠습니까. 인기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더군요.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영어로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으니, 독일어나 영어를 잘하는 분들은 전화로 예약하시고(번호는 홈페이지에서 확인), 아니면 낮에 여행하면서 잠깐 들러 저녁 테이블을 예약한 뒤 여행을 계속하다가 시간 맞춰 방문하는 식으로 하면 되겠습니다. 또는 저처럼 아예 애매한 시간대에 한 번 가보아도 괜찮겠구요.

그런데 왜 이름이 무터 호페일까요? 직역하면 "호페 엄마(마마)" 정도 되겠는데요.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친엄마가 아니더라도 집단의 대모(?)격 되는 아줌마를 "마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죠. 그런 뉘앙스에서 "무터"라고 불리는 호페 아줌마입니다.


식당이 위치한 니콜라이 지구는 베를린에서 전통적으로 어부들이 살던 지역입니다. 그래도 어부들은 밥벌이가 되니까 동네가 부촌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풍족한 편이었어요. 그러니 가난한 사람들이 동냥하러 찾아오기도 했겠죠. 그런 집없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직접 음식을 대접하고 보살펴 동네에서 "의인"으로 명성을 얻었던 아줌마였다고 합니다.


이 식당이 호페 아줌마의 가게라는 뜻은 아니고, 그런 지역의 전설을 차용하여 니콜라이 지구에 전통 있는 식당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며, 곳곳에 무터 호페를 형상화 한 그림이나 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