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륄의 테라스(Brühlsche Terrasse)에 올라 엘베 강(Elbe River)을 바라보면 정말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아니나 다를까, 원래 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었다. 드레스덴과 그 주변의 엘베 강 유역의 잘 보존된 자연과 중세의 시가지는 문화유산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브륄의 테라스뿐 아니라 엘베 강변의 츠빙어 궁전(Zwinger)과 젬퍼 오페라 극장(Semperoper) 등 주변 명소가 모두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역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이 지역은 더 이상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아니다. 발단은 다리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드레스덴에서는 엘베 강의 남과 북을 연결하기 위해 약 800 미터 길이의 발트슐뢰스헨 다리(Waldschlösschenbrücke)라는 이름의 다리를 건설하기로 하였다. 이 다리 때문에 엘베 계곡의 경관의 훼손될 것을 우려한 유네스코에서는 2006년 이 지역을 위험 목록으로 분류하였다.
하지만 드레스덴에서는 이 다리 건설을 위해 주민 투표까지 실시하며 강행하였고, 결국 다리는 완공되었으나 그 대가로 2009년 유네스코에서는 엘베 계곡을 세계 문화유산 목록에서 삭제해버리게 된 것이다. 문화유산 목록에서 삭제된 것은 이 곳이 세계 최초라고.
쾰른(Köln)에서 비슷한 사유로 쾰른 대성당(Kölner Dom)을 위험 목록으로 분류했을 때 쾰른이 개발을 중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였던 것과 달리, 드레스덴은 불명예를 감수하고 일단 주민의 편의를 우선한 것이다. 어쨌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민투표까지 거쳐 주민의 의견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다면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과연 이런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어차피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드레스덴의 이러한 대처가 전혀 독일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는 드레스덴의 소개에서 이 도시가 매력적인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독일답지는 않다고 언급한바 있다. 마치 신도시 재개발이라도 하듯 몇 년째 쉴 새 없이 올라가는 대형 건물들, 그리고 문화유산 취소를 감수한 현대적인 대형 다리, 이것은 절대 독일의 모습은 아닌 것이다.
어쨌든 발트슐뢰스헨 다리는 2013년 8월에 개통하여 현재 "정상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드레스덴 관광 중 일부러 찾아갈 정도의 위치는 아니지만 근처에 드레스덴에서 가장 유명한 비어홀 발트슐뢰스헨이 있으므로(다리 이름은 비어홀의 이름을 딴 것이다) 비어홀에 가는 사람은 잠시 다리를 구경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사진을 찾아보면 현대식으로 지은 다리가 엘베 강의 전통 경관을 훼손한다는 유네스코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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