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독일뉴스

News | 독일산 E형 간염 소시지 논란

필자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언론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해외 이슈를 보도할 때 종종 어이없는 오보를 쏟아내기 때문에 필자가 관심이 있는 해외 이슈는 꼭 외국의 언론을 함께 크로스체크하곤 한다.


독일산 E형 간염 소시지가 논란이다. 당연히 관심이 있는 주제, 그래서 독일 주요 언론을 먼저 확인해봤는데, 아무런 기사 한 줄 찾아볼 수 없다. 


이 이슈는 영국에서 시작되었으니 영국 언론도 찾아보았다. 이런 식이었다. 영국에서 E형 간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외국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그들이 Supermarket X의 브랜드 소시지를 먹었다고 한다. 그 소시지는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원료를 수입하여 제조한다고 한다. 영국의 돼지는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없다고 알려져 있기에 네덜란드와 독일의 돼지고기가 문제일 것이다, 이게 조사의 내용의 전부이다.


60명이라는 적은 표본, 그들이 뭘 먹었는지 다 알지도 못하지만 하여튼 Supermarket X의 소시지를 먹었다는 공통점, 영국 돼지는 무조건 청정하니 원인은 외국 돼지, 이게 영국 보건당국의 보고서에 적힌 "추정"이다. 과학적,의학적 "결론"이 아니다.


이후 Supermarket X가 테스코(TESCO)임이 공개되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보건당국은 "이 보고서가 테스코의 소시지가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당연히 증거도 없이 그렇게 발표했다가는 엄청난 소송을 직면하게 될 테니까.


테스코의 소시지가 원인이라는 단정을 지을 수도 없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네덜란드와 독일의 돼지고기가 원인이라는 증거도 없으며, 설령 돼지고기가 원인이라 해도 원료를 수입해서 가공 및 제조한 것은 테스코이기에 원료의 문제인지 제조의 문제인지 알 길도 없는 상태.


만약 독일에서 돼지고기를 수입하여 한국 공장에서 제조하면 그건 국산 소시지일까, 독일산 소시지일까? 당연히 국산이다. 그러면 테스코의 소시지는 영국산일까, 독일산일까? 당연히 영국산이다. 그런데 이미 국내 언론은 독일,네덜란드산 소시지라는 초대형 오보를 속출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네덜란드 돼지고기의 80%가 E형 간염에 오염되었다는 내용까지 보도한다. 그 보도의 출처가 되는 네덜란드의 한 블로그(!)를 직접 찾아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러 보도를 취합해보면, 네덜란드산 돼지고기 전체의 80%가 아니라 돼지 피가 들어간 네덜란드산 간(肝) 소시지의 80%라는 것이고, 이 또한 정부나 학계의 발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서는 이미 네덜란드 돼지고기는 80%가 오염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오보는 공포를 조장한다. 독일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중단하였다고 한다. 당연히 먹거리 안전에 관한 것이니 호들갑 떠는 것은 나쁘지 않다. 공포가 사라질 때까지 명확한 데이터로서 안전을 입증할 의무가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애당초 그 "공포"를 만든 국내 언론의 무대포식 오보 잔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돼지고기와 돼지 피를 구분하지 못하고, 영국산과 독일산을 구분하지 못하고, 추정과 결과를 구분하지 못한 채, 서로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수 경쟁만 하는 언론사의 행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