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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독일에서 개에 물리면?

반려견에 물려 이웃이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인해 한창 반려견 문화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은 요즘, 반려견 문화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의 사례가 궁금해졌다. 독일에서는 개에 물리면 어떻게 될까?


아주 간단했다. 일단 견주가 책임지고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하며, 치료비와 모든 피해보상은 보험사에서 처리한다. 그리고 사고는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하고, 경찰은 견주의 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아울러 피해자에게도 조사 결과를 알려준다고 한다. 만약 견주의 고의적인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라면 더 큰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반려견은 정부에 등록되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독일은 반려견을 들일 때 반드시 등록된 양육사 "브리더"를 통해야 한다. 한국처럼 동물병원에서 (또는 개인간 거래로) 분양받는 일이 없다. 등록된 반려견에게는 정부에서 목줄에 거는 메달을 준다. 그러니 등록된 개인지 아닌지 육안으로도 바로 구분이 된다.


브리더는 관련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다. 정부가 지정한 번식횟수 등을 준수하며 강아지를 키워 견주에게 분양하여 수익을 낸다. 많이 팔기 위해 과도하게 번식을 시킨다든지, 돈을 아끼려고 시설을 열악하게 유지하는 등의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엄격한 관리 하에 태어난 강아지들이 새 주인을 맞게 된다.


또는 이런저런 사유로 유기동물이 발생했을 때 그들을 보호하는 티어하임(Tierheim)을 통해 반려견을 맞이하기도 한다. 호텔급 시설을 갖춘 동물보호소는 정부의 예산과 자원봉사자의 노동력으로 유지된다. 보호소에 들어올 때 이미 치료가 어려울 정도의 병이 걸렸다면 안락사시키기도 하지만 그 비율은 매우 낮고, 좋은 환경에서 건강히 뛰어놀다가 새 주인을 만나 입양되는 비율이 90%, 끝내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동물들은 죽는 날까지 티어하임의 호텔급 시설에서 관리한다.


반려견을 입양할 때 견주가 비용을 내야 하고, 이후 지자체에 등록하면서 세금도 내야 된다. "개 세금"이라 불리는데, 이 돈으로 정부가 티어하임 운영 같은 큰 사업부터 개똥을 치우는 자잘한 사업까지 도맡는다. 세금 외에 보험료도 매년 납부하여 접종 등 반려견의 의료비를 충당함은 물론 만약 반려견이 사람이나 다른 개를 물어 상해를 입히면 보험사에서 처리하게 된다.


반려견을 입양할 때 모든 가족 구성원의 동의도 필요하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 이 개를 키우겠다고 동의하고 서명해야 데리고 갈 수 있다. 주기적으로 교육기관에 보내야 하고, 그래서 대부분 훈련이 잘 되어있어 사고 발생이 적다.


세금과 보험료도 내야 하고 의무적으로 산책도 시켜야 하니 반드시 반려견과 평생을 함께 할 결심이 서지 않고서는 반려견을 들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당연히 반려견을 가족처럼 대하고, 반려견을 인간처럼 존중해준다. 그런데 독일에 사는 반려견이 860만 마리에 달하며, 이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것이라고도 한다. 함부로 키울 수 없게 시스템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장 많은 반려견이 살고 있다.


독일에 처음부터 이렇게 반려견 문화가 발달한 건 아니다. 2000년 함부르크에서 어린아이가 맹견에 물려 죽는 사고가 있었고, 그 후 관련법을 개정하고 규제를 강화한 덕에 오히려 시스템이 투명해져서 반려견 문화가 크게 발달하고 모두가 안심하며 사람과 개가 공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고가 터졌을 때 가해자를 욕하는 건 쉽다. 그러나 이 사고를 계기로 시스템을 고치고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진보시키는 것은 어렵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면 좋겠지만, 소를 잃은 뒤에라도 외양간을 고치면 되는 거다. 지금 한국에 이것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