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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15. 베를린 궁전, 어디까지 왔나?

베를린에 굉장히 많은 카테고리의 볼거리가 있습니다. 개수도 셀 수 없는 박물관, 역사적인 기념비, 다 무너져가는 폐허 같은 건물을 되살리는 도시재생, 젊음의 유흥문화, 마천루 스카이라인 등등. 물론 우리가 흔히 유럽 하면 먼저 기대하는 역사적인 건축물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하필 이 카테고리만큼은 몇년째 공사가 계속되어서 매력이 반감되어 있습니다.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부터 시작하는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거리는, 과장을 조금도 보태지 않고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거리입니다. 단지 명품매장이 없을뿐입니다. 실제로 이 거리가 처음 조성될 때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구요. 유럽의 강호를 모두 전쟁에서 이기고 유럽의 맹주가 된 프로이센에서 조성한 번화가이니 그 규모는 오죽했겠습니까.

하지만 현재 운터 덴 린덴 거리 지하를 관통하는 지하철 U5호선 공사가 한창이라서 거리는 거대한 공사판입니다. 이 지하철 공사는 하나의 거대 프로젝트에 맞추어 그것을 보조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바로 베를린 궁전(Berliner Schloss) 복원 공사입니다.


베를린 궁전은 프로이센의 왕궁이었습니다. 베를린 외곽에 샤를로텐부르크 궁전(Schloss Charlottenburg), 근교 포츠담에 상수시 궁전(Schloss Sanssouci) 등 역사적인 궁전을 여럿 남긴 프로이센의 "본진"이 바로 베를린 궁전입니다. 규모도 가장 컸고, 바로크 양식이지만 신고전주의의 대가 카를 슁켈(Karl F. Schinkel)의 솜씨로 마치 거대한 신전을 보는 것 같은 웅장한 카리스마를 가진 멋진 건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베를린 궁전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으로 크게 부수어졌고, 이후 궁전이 위치한 지역을 접수(?)한 동독은 군국주의를 혐오했기에 프로이센의 왕궁을 복원하지 않기로 하고 완전히 파괴합니다. 그 대신 그 자리에 공화국 궁전(Palast der Republik)이라는 이름의 전당대회장을 만들었구요. 그 상태로 독일은 통일 되었습니다.


통일 후 베를린에서 조사해보니 공화국 궁전 건축 당시 석면이 대량으로 사용되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나오고 있었고, 무려 13년 동안 석면 제거 공사를 거치면서 건물은 폐쇄됩니다. 그리고 베를린은 공화국 궁전을 철거하고 다시 베를린 궁전을 복원하기로 결정합니다. 2006년부터 공화국 궁전이 철거되었으며, 2013년부터 궁전 복원을 시작하였습니다.

우선 복원 공사터 옆에 훔볼트박스(Hunboldtbox)라는 이름의 전시관을 만들었습니다. 궁전의 청사진을 포함하여 베를린 궁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양한 시청각 자료로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베를린 궁전 복원이 모든 시민의 지지를 얻은 건 아니라고 합니다. 동독의 향수를 가진 사람은 공화국 궁전을 복원하기 원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 중에서도 현대에 들어 인위적으로 복원한 궁전이 디즈니 테마파크 이상의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시티센터에 도시의 역사와 전통에 걸맞은 중심 명소가 필요했던 베를린은 궁전의 복원에 각별한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에 베를린에 다시 들렀습니다. 이만큼 공사가 되었더군요. 이제 외벽은 거의 형체를 갖추었습니다. 궁전의 복원이 끝나면 내부는 박물관, 극장, 전시홀 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공사는 2019년 9월 14일에 완공될 계획입니다. 물론 독일에서 이러한 계획이 잘 안 지켜지는 편이고, 특히 베를린은 그 악명높은 베를린 신공항의 망신살이 현재 진행형이기는 합니다만, 벌써 이만큼의 형체가 눈에 들어온 이상 왠지 이번에는 계획이 크게 어그러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패키지로 함께 공사 중인 지하철 U5호선도 2019년 완공 예정입니다만, 이건 더 미뤄질 수도 있을 거라고 합니다. 다만, U5호선의 공사가 늦어져도 베를린 궁전부터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연결하는 운터 덴 린덴 거리의 자태를 확인하기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8년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은 도시는 함부르크, 그 이유가 엘브필하모니의 완공 때문이었는데, 2019년에는 베를린이 가장 주목받는 목적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공항도 빨리 완공했다면 얼마나 좋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