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행자의 질문을 받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은근히 까다롭게 여기는 부분이 기차 좌석 예약인 것 같다. 독일 기차 여행에서 좌석 예약만큼 "쉽게" 생각할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독일만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각국을 여행하게 되는데, 각 국가마다 예약 정책이 다르다보니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는 유레일패스가 있어도 예약을 별도로 해야 한다. 물론 비용도 추가로 든다. 추가 비용도 국가마다 다르다. 그러니 복잡할 수밖에. 그런데 갑자기 독일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좌석 예약은 필수가 아니라고. 그러면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예약이 필요 없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비용이 안 들어간다는 소리인가? 이런 질문이 꼬리를 물다보면 당연히 까다롭게 생각될 수밖에 없다.
하여, 분명히 정리한다. 독일에서는 좌석 예약을 할 필요 없다. 자신이 하고 싶으면 추가 비용을 내고 예약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다.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의 "예약 필수"와는 출발부터가 다른 것.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간단히 결론을 내리자. 독일에서 기차 탑승 시 예약은 필요없다고. 예약이 필요없으니 유레일패스나 랜더티켓 등 자신에게 적합한 티켓을 고민하는 것만 신경쓰자.
독일 기차가 예약이 필수가 아닌 이유는 간단하다. 독일 기차는 좌석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기차 입석표를 따로 파는 것이 아니라, 자리가 있으면 앉아서 가고 없으면 서서 가는 시스템이다. 물론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간다고 해서 요금이 할인되는 것은 없다. 그래서 그런 불편을 피하고 싶은 사람은 추가 비용을 내고 자기 좌석을 지정하는 것이 좌석 예약인 것이므로, 나는 입석도 상관없다는 사람이라면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 단, 논리적으로 입석이 성립할 수 없는 야간열차의 경우에는 자기 자리를 지정하기 위한 예약이 필수이다. 또한 2012년부터 새로 도입된 ICE 스프린터(Sprinter)도 예외적으로 예약을 필수사항으로 하고 있다. ICE 스프린터는 기존의 ICE 노선에서 도중 정차역을 생략하고 대도시만 급행으로 연결하는 열차. 그래서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좌석 예약이 필수이다. 나머지 모든 열차는 ICE를 포함해서 예약은 선택사항이다.
예약 방법
예약이 필수는 아니지만, 편한 여행을 위해 좌석 예약을 결정했다면, 좌석을 예약하는 방법은 기차표를 살 때와 같다. 독일철도청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기차역의 티켓 판매기에서, 그리고 기차역의 여행자 센터(ReiseZentrum)에서 가능하다. 어디서 하든 가격은 동일. 한 구간(환승 포함)에 4.5 유로이다.
굳이 일찍 할 필요도 없다. 좌석 예약이 매진되는 경우는 없으므로, 기차를 탈 당일에만 예약을 해도 충분하다. 따라서 굳이 인터넷으로 미리 하기보다는, 출발 1~2시간 전에 기차역에서 예약하는 편을 권한다. 기차역에 미리 도착하기 어려운 일정이라면, 전날에 다른 기차역에 들를 때 해도 된다. 꼭 기차가 출발하는 역이 아니더라도 관계없기 때문. 그리고 티켓 판매기보다는 라이제첸트룸에 가서 창구 직원에게 예약하는 것이 보다 간편할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티켓 판매기의 경우 독일 기차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옵션을 선택할 때 문구 자체가 난해해서 더 어렵게 느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온라인 예약방법 : http://reisende.tistory.com/1875
예약이 권장되는 경우
짧은 구간이라면 좌석이 없더라도 서서 가는 것이 별로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긴 구간이라면 어차피 역에 설 때마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고 타기 때문에 도중에 좌석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여차하면 통로에 앉아서 가도 된다. 그래서 평상시 예약을 하지 않아서 크게 불편한 경우는 없다. 필자가 그동안 독일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기차 여행을 해보았지만 좌석 예약을 해본 것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조금 더 편하자고 예약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비용으로 맥주나 간식을 먹는 편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예약을 "강하게 권장"하는 경우가 딱 한 가지 있다. 독일은 집을 떠나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휴일, 특히 연휴가 되면 가족을 찾아 먼 길을 떠나는 인파가 엄청나게 많다. 당연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오후 또는 연휴가 끝나는 날 저녁은 기차역이 엄청나게 붐비곤 한다. 이 시간대에 기차를 타게 될 경우, 그리고 그것이 짧은 거리가 아니라 4~5시간 이상 긴 거리를 가야 할 경우에는 꽤 낭패를 볼 수 있다. 심한 경우, 마치 서울의 출근 지하철처럼 문짝에 끼어서 다리도 못 뻗고 가듯이 기차를 탈 수도 있다. 이 때만큼은 4.5 유로의 비용이 몇십 유로 이상의 값어치로 느껴질 것이다.
예약 시 주의사항
- 지역열차(RE/RB/S)는 예약 제도가 없다.
- 좌석 예약과 열차 티켓은 별도이다. 심지어 티켓 없이도 예약은 가능하지만, 당연히 무임승차에 해당된다.
- 출발 1시간 이내, 즉 곧 출발할 열차에 대해서는 좌석 예약이 불가능하다.
좌석 예약을 하면 위 사진처럼 예약 정보가 좌석에 표시된다. 만약 당신이 좌석 예약을 했다면 당신의 좌석번호가 적힌 예약증을 받게 되므로, 해당 좌석에 위와 같은 표시가 된 것을 보고 앉으면 된다. 혹시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다면 당신의 예약증을 보여주며 비켜달라고 요구하자. 심지어 노인이 앉아있다고 해서 괜한 경로 우대사상을 발휘할 필요 없다.
반대로, 당신이 좌석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이 예약이 표시된 좌석이 비어있어도 앉아서는 안 된다. 혹시 앉더라도 예약한 사람이 와서 요구하면 비켜주어야 한다. 그러니 ICE나 IC를 탈 경우 좌석이 비었다고 무조건 앉기보다는 항상 좌석 예약 정보를 확인하고 앉는 것을 습관들이면 좋다.
단,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있다. 가령, 위 사진 중 Hannover - Berlin 이라고 표시된 것은, 해당 좌석을 예약한 사람이 하노버(Hannover)에서 탑승하여 베를린(Berlin)에서 하차한다는 이야기이다. 위 사진은 필자가 뒤셀도르프(Düsseldorf)에서 하노버에 가기 위해 ICE를 탔을 때 찍은 것인데, 이런 경우에 어차피 필자는 하노버에 내릴 것이므로 이 자리에 앉아도 된다. 좌석 예약한 사람은 필자가 내린 다음에 탑승하므로.
만약 이런 경우에 목적지가 하노버가 아니라 베를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하노버에서 자리를 비켜주더라도 일단은 이 자리에 앉아도 된다. 하노버까지 가는 도중에는 비켜달라고 할 사람도 없고, 차장이 보더라도 절대 뭐라고 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무임승차처럼 취급받는 것은 아닌지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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