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공국의 비운의 왕 루트비히 2세(Ludwig II)가 남긴 궁전은 총 세 곳이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아무래도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겠지만, 갈수록 궁전 건축에 대한 집착이 심해져 그 사치의 끝을 보여준 곳은 헤렌킴제 성(Schloss Herrenchiemsee)이다.
그리고 선을 넘은 미치광이 군주는 결국 이 궁전을 만들다가 국고를 탕진했고, 의회에 의해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 유배되는 신세가 된다. 그래서 궁전은 미완성으로 끝났다. 궁전의 절반 이상이 껍데기만 남아있고 내부는 텅 비어있는데, 국고가 바닥나서 더 이상 공사가 진행되지 못해 미완성으로 남은 부분이다.
루트비히 2세는 이미 두 개의 고성을 만들고서도 대인기피증이 점점 심해져 "더 외딴 곳"에 은신처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산에서 내려와 아예 호수 가운데로 들어가버렸다. 넓은 호수 중앙에 있는 섬의 울창한 숲 속에 궁전을 만들면 아무도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곳마저도 루트비히 2세가 아주 마음에 들어 선정한 입지는 아니었다고 하니, 아마 헤렌킴제 성이 완성되었다 해도 그는 또 다른 외딴 곳을 찾아 네 번째 궁전을 지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루트비히 2세는 헤렌킴제 성을 지울 때 노골적으로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대로, 유럽 궁전 건축의 바이블은 베르사유다. 후대의 많은 군주들이 루이 14세를 좇아 화려한 궁전을 원했고, 그들이 롤모델로 삼은 것은 늘 베르사유였다. 가령, 독일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으로 꼽히는 루트비히스부르크 궁전(Schloss Ludwigsburg)만 하더라도, 파리에 가서 베르사유 궁전을 보게 된 영주가 자신도 그런 궁전을 갖겠다는 일념 하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베르사유 궁전은 모든 권력자의 롤모델이 되었다.
궁전 건축에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던 루트비히 2세는, "나라면 베르사유 궁전을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라는 즐거운 상상 속에 헤렌킴제 성을 계획했을 것 같다. 그는 베르사유를 모방하여 건물을 짓고, 베르사유를 모방하여 정원을 만들었다. 껍데기만 참고한 것이 아니다. "거울의 방" 등 베르사유 궁전의 내부까지 적극적으로 모방했다. 대신 더 화려하게 만들었다. 마이센(Meißen)에서 제작하여 공수한 샹들리에가 방마다 반짝거린다. 어느 방을 가든 황금빛으로 물들어있다.
그 뿐이 아니다. 대인기피증 때문에 더욱 기발한 발상을 현실화하는데 탁월했던 루트비히 2세답게, 지하 식당에서 음식을 차려 "미니 엘리베이터"로 테이블채로 올려주는 장치와 같이 여전히 번뜩이는 발상과 또 그것을 실현시킨 기술력이 궁전 내부에 가득하다. 더 화려하고 더 실용적인, "진화된 베르사유 궁전"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싶다. 한편으로는, 그러니까 국고를 탕진하고도 궁전을 다 완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쉽게 수긍하게 될 정도이다.
궁전의 내부는 가이드 투어로만 관람할 수 있으며, 내부 사진촬영은 금지된다.
입장료 : [확인]
개장시간 : [확인]
비고 : 내부 사진촬영 금지
* 찾아가는 법 (본 블로그의 추천일정을 기준으로 합니다.)
매표소에서 티켓 구입 후 안내 표지판을 따라 도보로 30여분 이동하면 성의 정원 건너편으로 연결된다. 정원을 지나 궁전에 입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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