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정보/여행 전략 세우기

독일여행 전략 세우기 | (1) 오해, 그리고 숨겨진 매력

<독일여행 전략 세우기>는 총 9편의 글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의 방향을 잡아주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독일여행을 완성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독일여행 가이드북 <프렌즈 독일>도 이 전략과 궤를 같이 합니다.



유럽여행이 보편화된 지금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서유럽을 더 선호하고, 그 다음으로는 체코 등 동유럽을 선호한다. 반면 독일은 여행지로서 아직 국내에 알려진 것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것은 사람들의 선입견을 만든다. 독일은 볼 것이 없다, 독일은 딱딱하다, 이런 류의 선입견 말이다. 그래서 뮌헨(München) 등 바이에른(Bayern) 지역만 서유럽에서 동유럽을 거쳐갈 때 들리는 것이 고작이고, 또는 항공편 운항이 많은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나 그 주변 정도만 잠깐 들리는 것이 고작이다.

마리아 광장 Marienplatz
München | 2012.6.9.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관광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뮌헨의 마리아 광장.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독일의 대표 명소다.

그렇다면 과연 독일은 관광지로서 매력이 없는 나라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독일을 이해하려면 독일이라는 나라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독일을 바라봤을 때 비로소 숨겨져 있는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개성적인 보석이다. 유럽에서 꼭 독일만 다녀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독일을 빼놓지 말고 꼭 제대로 들러보러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독일의 이해를 위해서는 "독일은 작은 국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는 러시아를 빼면, 순수한 유럽국가 중에서 독일은 두 번째로 국토가 넓은 나라이다. 그런데 작은 나라라는 것이 무슨 소리인가? 그것이 어색하다면 이렇게 표현을 바꾸어보겠다. "독일은 작은 도시의 국가"이다. 독일의 도시들은 당신이 유럽이라고 했을 때 떠올릴 런던/로마/파리/프라하/바르셀로나 등의 큰 도시와는 애당초 출발점이 다르다.


독일의 대부분의 도시는 규모가 크지 않다. 수도인 베를린(Berlin)을 제외하면 "메가로폴리스(Megalopolis)"라 부를만한 도시가 없다. 그 유명한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 등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큰 도시라 할 수는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했을 때 프랑크푸르트가 항공편도 가장 많고 금융의 중심지라고 하니까 굉장히 큰 도시일 것 같은데, 인구수로 본다면 뜻밖에도 프랑크푸르트는 베를린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뢰머 Römer
Frankfurt am Main | 2009.10.1.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대표적인 "현대적인 대도시"다. 도시가 홀로 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도시와 균등히 발전하면서 아직 옛 시가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신 독일은 작은 도시가 소위 가도(街道)를 형성한다. 한 도시가 비대하게 커지는 대신 중간 규모의 도시가 나란히 동반성장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것은 국가 차원의 전략의 산물은 아니다. 독일의 특수한 역사, 게르만족 특유의 기질, 즉 전통과 철학을 신성시하는 민족적 특성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독일은 신성 로마제국의 중심지였다. 신성 로마제국은 다른 제국과 달리 껍데기뿐인 제국으로서, 사실상 각 지역의 선제후, 대주교, 대공, 백작 등이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중앙 집권이 이루어지지 않아 각 지역별로 발전을 이루게 되었고, 일찌감치 도시국가가 발달하기도 하였다. 런던, 로마, 파리 등 유럽의 대도시가 대부분 오랜 세월동안 제국의 중심지로서 큰 번영을 누리며 발달한 것과 출발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또한 주지의 사실이지만,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국토가 황폐화되었고 모든 사회적 기반이 붕괴된채 동서 분단의 비극까지 겪어야 했다. 지금의 독일의 모습은 모두 전쟁 후 복구된 것들이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동안 무(無)의 상태로 되돌아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점차 중심지와 변두리가 나뉘어지고, 산업발전에 따라 중심지가 비대해지는 현상이 나타난 반면, 독일은 아예 전국토를 처음부터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전쟁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에, 산업발전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이 비대해지는 대신 전국토가 전쟁 전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지금 독일에 가면, 아무리 큰 도시에도 소위 구 시가지(Altstadt)라고 불리는 구역이 존재한다. 이 곳은 중세 시대부터 그 도시의 중심지였던 곳. 전후 복구 과정에서 대부분의 도시들은 철저히 구 시가지를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였고, 새로운 시가지가 필요하다면 구 시가지 외곽에 새로 만들었다. 우리 식으로 비유하자면, 서울의 사대문 안쪽은 아직도 궁전과 절과 기와집과 초가집과 시장이 조선시대의 모습으로 남아있도록 했다는 뜻이다.


덕분에 어느 도시를 가든 구 시가지에 가면 중세의 모습이 남아있다. 큰 도시는 큰 도시대로, 작은 도시는 작은 도시대로, 상업 도시는 상업 도시대로, 공업 도시는 공업 도시대로, 그 고유의 모습이 구 시가지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시아나 미국이 아니라 유럽에 간다고 했을 때 기대하는 것, 즉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접하는데 있어서 독일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르크트 광장 Marktplatz
Bremen | 2012.5.2.
▲브레멘은 독일에서 10번째로 인구가 많은 큰 도시다. 오랜 전통을 가진 대표적인 산업도시지만 구시가지의 모습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도시의 중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