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16. 독일에서 만난 헤페라이스비어

간혹 한식의 세계화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을 보면, 한식을 영어식으로 설명하는 이름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적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가령, 불고기를 Korean BBQ, 떡을 Rice cake 등으로 적는 게 어색하다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영어식 설명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설명조차 없다면 외국인은 불고기가 뭔지, 떡이 뭔지,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게 당연하니까요. 일단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설명을 해주고, 그 음식이 현지에 뿌리를 내리면 그때 한국식 이름이 자리를 잡게 되는 게 순서입니다. 가령, 베트남 쌀국수를 처음부터 퍼보라는 이름으로 팔았다면 이게 뭔지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겁니다. 쌀국수라는 한국식 설명이 있으니까 한국인이 이 음식의 정체를 알 수 있고 먹어볼 수도 있는 거죠. 마찬가지로 Korean BBQ 등의 표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전혀 말도 안 되는 설명을 달아서 오히려 더 헷갈리게 만드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막걸리입니다. 막걸리를 Korean rice wine이라고들 적습니다. 쌀로 만든 와인이라니, 그게 뭔지 여러분은 감이 잡히세요?


와인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도 등 과실로 만든 술을 연상하는데, 쌀로 만든 와인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마치 "당근으로 만든 불고기"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표현입니다. 하여, 저는 개인적으로 막걸리를 Rice wine이 아니라 Rice beer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맥주는 곡물로 만든 술이니까 "쌀로 만든 맥주"가 더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일말의 어색함은 있죠. 막걸리의 걸쭉한 청량감은 맥주와 뭔가 매칭이 안 되기 때문에 과연 "라이스 비어"의 뉘앙스를 외국인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봤습니다. 주변에 물어볼 외국인도 없구요.

그러던 차에 독일을 여행하던 도중 한 한국식당에서 이런 걸 보았습니다. 막걸리(Makguli)의 설명으로 Koreanisches Hefereisbier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드디어 막걸리를 표현하는 외국어 설명의 완벽한 모범답안을 만났습니다.


제가 독일의 맥주 중 헤페바이첸비어(Hefeweizenbier)를 여러차례 소개해드렸는데, 항상 사용하는 표현이 "독일식 막걸리"였습니다. 최근에 정리한 글에도 바나나향 독일식 막걸리라는 타이틀로 소개해드린바 있습니다.


헤페바이첸이 "독일식 막걸리"라면, 역으로 이야기하면 막걸리는 "한국식 헤페바이첸"이 되는 거죠. 그런데 헤페바이첸은 밀맥주(바이첸비어)를 베이스로 만드니 밀 대신 쌀로 바꾸어 헤페라이스비어(Hefereisbier)라고 하니까 일말의 어색함도 사라지고 딱 맞는 옷을 입었습니다.


독일어인 헤페라이스비어를 또 영어식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전문가들께서 할 일이고, 아무튼 현지 외국인이 받아들이기에 어색하지 않게 설명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느껴져서 가벼운 읽을거리로 한 번 소개해드렸습니다.


참고로 이 한국식당은 베를린에 있는 비빔(Bibim)이라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