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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가짜 뉴스" 안 지우면 벌금 600억원

만약 페이스북에 "가짜 뉴스"를 올렸다고 가정하자. 신고가 접수되면 페이스북에서 이 게시물을 삭제해야 한다. 24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을 경우 페이스북이 최대 6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가짜 뉴스를 올린 사람이 아닌 페이스북이 벌금을? 언뜻 들으면 이해가 안 되는 이 법안이 지금 독일에서 입법 준비중이다.


올 해 독일도 총선을 치른다.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독일 총선에 개입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극우 정당이 난민 이슈를 틈타 국민을 선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난민에 대한 반감은 무슬림 전체에 대한 증오로 이어져 (이미 독일에 수십년 동안 뿌리 내리고 잘 살고 있는) 다수의 무슬림에게 범죄의 위협이 되고 있다.


독일은 이런 현실을 방치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고 사회의 분열과 무질서, 나아가 테러 같은 범죄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며 강경한 법안을 준비했다고 한다. 물론 독일 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큰 무리없이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도 SNS 상에 가짜 뉴스나 혐오 발언을 신고하면 사업자가 이를 지우고는 있지만 트위터는 단 1%만 삭제하고 있고 페이스북도 절반 정도만 삭제한다고 한다. SNS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단속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기에 사업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원래 독일은 사업자(관리자)의 의무를 중요시한다. 가령, 카페에서 와이파이에 접속해 불법 다운로드를 했다고 가정하자. 카페 주인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닌데도 카페 주인이 벌금을 낸다. 와이파이망을 다수에게 개방할 때 그 관리자로서 불법적 사용을 단속할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런 무료 와이파이 접속 시 불법 사용의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다는 내용의 약관에 동의해야 연결된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가짜 뉴스를 퇴출하기 위한 이 법안의 도입은 "독일이기에 가능한" 자연스러운 발상이라고 본다. 다만, "독일이기에 가능한" 발상이기에 독일이 아닌 미국 기업(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아울러 현지 보도와 국내 보도를 모아서 나름 판단해보건대, 이 법안의 진짜 타깃은 가짜 뉴스보다도 혐오 발언의 근절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독일의 법으로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은 불법이다. 가령, "무슬림은 전부 테러리스트다" "여성은 열등한 존재다"와 같은 식의 발언은 불법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보나마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이 기승을 부릴 것이고, 테러 등 범죄로 연결될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뻔히 보이는 미래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독일 정부가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아, 그런데 아무 게시물이나 다 신고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가짜 뉴스인지 아닌지 "판단"할 근거가 있어야 사업자가 게시물을 삭제할 것 아닌가. 독일은 뉴스의 팩트를 체크하는 제3의 기관을 만들고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제3의 기관에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가름하여 사업자에게 통보하고, 사업자는 통보 결과에 따라 조치하면 된다. 혐오 발언은 피해자가 신고하면 되고,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은 혐오 발언 역시 사업자가 필터링을 통해 단속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