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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보/베를린

Berlin | Topic. 베를린은 지금 공사중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꼽히는 알렉산더 광장(Alexanderplatz)에 내리는 순간 여행자들은 크게 실망할지 모른다. 광장 전체가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단지 공사 때문에 길이 막히는 것을 떠나서, 여기저기 솟은 크레인과 공사용 도구들, 길거리에 다니는 중장비 등 여행의 미관을 해치는 것이 너무 많다.


이것은 독일의 U-bahn 신규 건설 현장이다. 현재 중앙역(Hauptbahnhof)에서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까지 딱 세 정거장만 있는 "미니 노선" U55호선의 연장 공사가 한창인 것. 공사가 끝나면 U55호선은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박물관 섬(Museumsinsel), 붉은 시청사(Rotes Rathaus)를 거쳐 알렉산더 광장까지 연결된다. 즉, 베를린의 알짜배기 관광지를 모두 지나다니는 핵심 노선이 된다는 뜻.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브란덴부르크 문에서부터 알렉산더 광장까지, 그 "알짜배기 관광지" 주변이 모두 공사중이다. 하나를 하더라도 느긋하게 규칙대로 하는 독일의 특성상 이 공사가 빨리 끝날 일은 없다. 관광 미관을 해쳐서 관광 수입이 줄어든다 할지라도 그런 이유 때문에 큰 공사를 무리하게 당겨 끝낼 독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는 2017년까지는 공사가 계속될 모양이니 그 전에 베를린에 가는 사람은 위와 같은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감수해야 할 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대적인 공사판 속에서 베를린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보통 공사를 하면 공사 현장과 외부를 차단하는 가림막을 설치하는데, 대개 삭막한 철조망이나 철판을 대충 세워두거나, 그게 너무 삭막하면 가림막에 그림을 그려넣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베를린에서는 그 가림막을 하나의 박물관으로 만들어버렸다.


무슨 뜻인고 하니, 가림막마다 이 현장의 옛날 자료사진과 역사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는 것이다. 가령, 알렉산더 광장의 가림막에는 전쟁 전 알렉산더 광장의 흑백사진이 새겨져 있다. 삭막한 공사판이라 해도 시선을 집중하게 만드는 센스, 과연 문화의 도시 베를린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