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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보/베를린

Berlin | #2-06. (2)곰 분수

프리드리히베르더 교회(Friedrichswerderschekirche)가 폐쇄되었다 해도 그 곳까지 찾아갈 가치가 있는 것은, 바로 이 곰 분수(Bärenbrunnen)를 보기 위함이다. 이름도 참 단순하게 곰 분수, 그리고 실제로 곰들이 조각되어 있는 분수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기원을 알아야 한다. 베를린에서 "곰"이라는 존재는, 마치 대한민국에서 단군 신화의 웅녀처럼 그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상징이다.


베를린에 내려오는 곰의 전설은 이러하다. 이 지역을 관통하는 슈프레 강(Spree River) 부근에서 곰을 사냥하던 사냥꾼이 한 어미 곰을 추적하여 붙잡았다. 그런데 어미 곰을 죽이기 직전 그 어미 곰이 지키는 새끼 곰을 보게 되었고, 이를 가엽게 여긴 사냥꾼은 곰을 풀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지역을 "새끼 곰"이라고 부르자고 했다는 전설이다.


곰은 독일어로 Bär, 여기에 축소형 어미인 -lein을 붙여 Bärlein이라고 하면 "작은 곰", 즉 새끼 곰을 뜻하게 된다. 사냥꾼이 이 지역을 배를라인(Bärlein)이라고 부르자고 하여, 그것이 오늘날 베를린(Berlin)이 되었다는 이야기. 물론 전설은 전설일 뿐이지만 그만큼 베를린의 뿌리가 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 된 곰"의 후손인 우리 한민족에게는 더더욱 베를린 곰이 친숙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는지도 모른다.


곰 분수는 쓸쓸해보이는 한 어미 곰이 장난치는 새끼 곰들을 바라보고 있는 조각이다. 천진난만하게 뒹굴며 장난을 치는 새끼들을 홀로 지키는 어미를 보고서도 방아쇠를 당길 냉혈한은 없을터. 결국 이 분수는 도시의 기원이 된 전설을 축약하여 정확하게 표현한 작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