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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57. 독일 대표 밥상 (ft. 루프트한자)

독일관광청은 매년 하나의 테마를 정하여 전세계에 독일여행을 소개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저도 독일여행으로 밥벌이하는 사람인지라 독일관광청의 여행테마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적극적으로 한국의 독자에게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령, 2017년 여행테마인 종교개혁 500주년을 알리기 위해 "프라이빗 독일관광청[請]"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성지순례 가이드북까지 내기도 했습니다.


독일관광청의 2018년 여행테마는 "미식 여행(Culinary Germany)"입니다. 흔히 유럽에서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음식이 맛있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고, 영국이나 독일은 음식이 맛없고 단조롭다는 이미지가 있죠.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세계적인 미식의 대국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독일도 무시할 수 없는 유서깊은 식문화가 있고, 그걸 알림으로써 독일을 여행하도록 만들겠다는 게 독일관광청의 포부입니다.

이것을 위해 독일관광청에서는 독일 16개 행정구역별로 특색 있는 향토요리를 선별해 알리고 있습니다. 독일 전국을 아우르는 관광청이 전국의 문화를 골고루 소개하는 건 당연하죠. 그러다보니 국내에서는 아예 들어보지도 못했을 생소한 요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약 16개 행정구역별 대표음식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이 곳]을 클릭하면 독일관광청 홈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자,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한국 음식을 세계에 소개한다고 가정합시다. 전국 8도 대표음식을 하나씩 골라서 알린다고 칩시다. 강원도 대표 감자옹심이, 충청도 대표 짜글이찌개, 전라도 대표 여수 갓김치, 경상도 대표 대구 막창, 이런 식으로 선정하여 "한국에 매우 다양한 먹거리가 있습니다"고 외국인에게 알린다고 가정합시다.


옹심이가 뭐에요? 찌개는 뭐구요? 막창은 뭔데요? 찌개를 모르는데 짜글이를 알려주면 외국인이 자발적으로 찌개 문화를 공부할까요? 갓김치를 알게 됐는데 뭐랑 같이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면 소용이 있을까요? 시작단계에서 막혀버립니다. 진도가 안 나갑니다.


한식에 어느정도 친숙한 주변국가에는 그렇게 홍보해도 되지만, 한식 하면 불고기밖에 모르는 유럽인에게 홍보하려면 먼저 밥과 찌개, 반찬에 대해서부터 알려줘야죠. 그게 순서에 맞습니다.


올해 1/3이 다 지나가는데 제가 그동안 2018년 여행테마를 소개하지 못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 16가지 요리가 뭔지 설명을 해도, 어차피 시작 단계에서 막혀서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역할을 독일관광청의 한국사무소가 해줘야죠. 독일에서는 각 나라별로 독일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이미지가 어떠한지 다 알 수 없으니 큰 틀에서 기본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고, 각 나라별로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해 편집하여 전달하는 게 각 나라별 사무소가 하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한국에서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독일관광청은 세계적으로도 일 잘 하고 영리하기로 유명한데, 그 치밀하고 영리한 전략이 제대로 가공 및 편집되지 못해 기계적으로 전달만 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영 못 마땅합니다. 덕분에 이 매력적인 나라가 여행시장에서 저평가 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도 못 마땅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제가 또 정리해볼까 합니다. 별다른 배경정보가 없는 한국인이 독일을 여행할 때 만나게 될 식문화는 어떠한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 전문적인 것까지 들어가보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알아야죠. 독일의 가장 전형적인 밥상의 구성부터 알아야죠.

고맙게도 한 상 제대로 차려주셨습니다. 독일 국적기 루프트한자의 기내식입니다. 두 가지 종류의 부어스트(소시지)와 감자퓌레, 자우어크라우트를 소스와 함께 한 접시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독일인에게 밥과 같은 빵 하나, 후식으로 먹을 아펠슈트루델까지, 그냥 더하거나 뺄 것 없는 모범답안입니다.

그런데 맥주가 다 떨어졌대요. 모범답안에 초를 쳤습니다.

독일 하면 소시지는 유명하지만 무슨 소시지를 어떻게 먹는지는 잘 모르잖아요. 이런 식으로 흥건한 소스에 감자 및 자우어크라우트와 함께 먹는 게 정석입니다. 감자는 폼메스(감자튀김)나 크뇌델(동그란 모양의 말랑한 찐 감자) 등 여러가지 변형이 가능합니다. 흔히 "독일식 김치"라 부르는 자우어크라우트는 기름진 육류를 먹을 때 느끼한 맛이 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펠슈트루델은 애플파이의 일종입니다. 아펠이 독일어로 사과를 뜻합니다. 바이에른 지역의 향토요리죠. 그 자체로도 꽤 단 맛이 나는데 여기에 바닐라 소스를 더했습니다. 독일의 디저트는 상상한 것보다 달아요. 음식은 짠 편이죠. 짠 음식과 단 디저트, 이른바 단짠단짠에 청량한 맥주까지 더해집니다. 흔히 독일 음식은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이 단짠단짠의 조화는 여성분들 취향을 저격합니다.


루프트한자가 보여준 이 구성이, 한국으로 비유하면 쌀밥에 찌개, 김치와 몇 가지 반찬을 올린 평범한 밥상에 해당되는 가장 모범적인 독일 밥상입니다. 루프트한자가 이런 쪽으로는 센스가 아주 좋아요. 대신 독일의 레스토랑에서 이런 음식을 주문하면 양은 훨씬 많습니다. 기내식이라 양이 많지 않은 거구요.


이런 구성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에는 다른 메인 디쉬도 소스에 담궈서 먹고 감자를 곁들이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그 소스가 지역별로 여러 특색이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달콤한 디저트와 베이커리 문화도 폭넓게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독일의 대표적인 먹거리들을 두루두루 소개하겠습니다. 기존에 학세브레첼을 소개했습니다만 빙산의 일각이고, 짬짬이 하다보면 오랜 작업이 될 것이기에 2018년 여행 테마인 독일 미식에 맞춰서 고품격 정보를 드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2018년에 여행하든 2019년에 여행하든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겠죠. 내년에는 <프렌즈 독일>의 전면개정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저는 오래 전부터 원하고 있는데. 관광청이 하지 않는 일, 이번에도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