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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EBS <난생처음 다크투어> #3. 에센

며칠 걸릴 거라 했는데 거의 한 달이 걸렸네요. EBS의 여행다큐 프로그램 <난생처음 다크투어>의 2부 첫번째 도시는 에센(Essen)입니다.

에센에 찾아간 이유는 단 하나, 촐퍼라인 탄광(Zeche Zollverein) 때문입니다. 이곳은 독일의 오랜 역사를 가진 탄광이었다가 1986년 폐광된 곳이며, 문닫은 뒤에도 예술단지로 변신해 박물관 겸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된 장소입니다. 방송에는 졸버레인이라고 표기되었는데, 이것은 외래어표기법에 어긋날뿐 아니라 현지 발음과도 유사하지 않은 잘못된 표기입니다. 오래 전부터 국내에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잘못된 표기를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광산의 건물들 하나하나는 저마다의 목적으로 재활용 중입니다. 건물 옥상에 수영장이나 아이스링크, 또는 대관람차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박물관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식입니다.


특히 촐퍼라인이 특별한 이유, 바로 여기가 한국의 파독 광부가 주로 배치되어 근무한 현장이라는 점입니다. 1960~70년대, 한국에서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대거 파견해 외화를 벌었죠. 광부는 대개 에센에서 일했습니다. 바로 여기입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모두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아랑곳 않고 헌신적으로 일하며 성실성을 인정받았고, 이들이 벌어들인 급여가 한국의 경제발전의 밑천이 되기도 했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목숨 걸고 일한 이들이 산업화의 진짜 영웅들이죠.

실제로 방송에서 당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부부의 집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이런 거 보면 정말 준비를 허투루 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감탄하게 됩니다.

깨알같은 후랑꾸후루도 이들의 이야기는 독일의 역사가 아닌 우리의 역사입니다. 에센에서 한국의 역사를 만나고, 생생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크투어의 모범을 보여주네요.

잠깐 스쳐지나간 아이스크림 가게는, 에센 중심부도 아니고 촐퍼라인 인근도 아니고 파독 광부 부부를 찾아간 보트로프 부근도 아닌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나름 유서 깊은 곳을 미리 서칭해서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에는 동네 마실가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그려졌는데, 이 또한 많은 준비를 느끼게 합니다. 이 가게의 위치는 아래 지도를 참조하세요.

이제 2화의 후반부, 마지막 다크투어 여행지인 베를린으로 갑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