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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94. 울름, 768개의 계단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의 글을 옮겨 적었습니다.


전세계의 교회/성당 중 가장 높은 건물은 어디일까요? 그 유명한 파리의 노트르담? 쾰른 대성당?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런 세계적인 문화유산보다 더 높은, 161.5m의 울름 대성당(Ulmer Münster)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울름이 대체 어디야? 이름도 생소한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요. 독일 서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부근의 도시 중 여러분이 들어보았음직한 도시로는 슈투트가르트가 있습니다.


- 참고로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조금씩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이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의 타이틀을 넘겨받게 됩니다. 사그라마 파밀리아는 170m로 계획되어 있다네요.

- 울름 대성당은 루터교 교회이므로 엄밀히 말해 성당이라는 번역이 틀린 것이기는 하지만, 유럽의 교회/성당을 이야기할 때 가톨릭/개신교를 따지기보다는 건물에 붙은 명칭을 가지고 번역합니다.

울름 대성당은 하늘 위로 쭉 뻗은 전형적인 고딕 양식을 하고 있습니다. 고딕 시대에 설계가 끝나 공사를 시작했지만, 이런 류의 건물들이 다 그러하듯 엄청난 난이도 때문에 공사가 매우 오래 걸려 1890년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고딕 시대에 설계가 끝나 공사를 시작한 뒤 수백년이 지나 1880년에 완공된 고딕 건축의 걸작 쾰른 대성당과 유사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첨탑은 직접 올라가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장소는 해발 141m. 그런데 걸어서 올라가야 됩니다. 첨탑의 창 사이로 까마득히 보이는 바깥을 애써 외면하며 좁은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면 땀이 뻘뻘 나고 욕이 나올 지경이 될 때 마침내 정상에 설 수 있습니다.


계단은 무려 768개. 중간에 두 번 정도 잠깐 다리 뻗을 공간이 나오지만 사실상 한 달음에 768개를 오른다는 각오로 첫발을 떼야 합니다.

그렇게 좁은 계단을 오르고 오르고 오르다보면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 기다립니다. 땅에서 보이지 않는 정교한 교회의 장식과 지붕, 그리고 첨탑에 터를 잡은 닭둘기까지.

마침내 768개를 다 올랐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울름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굽이쳐 흐르는 도나우 강, 그 너머의 푸른 숲과 초원, 다닥다닥 붙이있는 붉은 지붕과 드문드문 끼어있는 현대적인 건축물까지. 레고 모형을 보는 것처럼 너무 작게 보이는 마을의 풍경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에, 내가 높은 곳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한참을 보게 만들더군요.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멍때리며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768개의 계단을 내려옵니다. 내려가는 건 더 쉬울까요? 물론 아니죠. 다시 땀을 뻘뻘 흘리고 욕이 나올 지경이 될 때 땅에 두 다리를 디딜 수 있었습니다.

힘들어서 어디 못 가요. 다시 대성당 내부에서 강제(?) 휴식.

울름은 굉장히 예쁜 소도시입니다. 크지 않은 구시가지는 중세의 모습을 너무도 잘 보존하고 있으며, 강을 따라 놓인 성벽과 성문은 동화에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고 있죠.


특히 도나우 강은 대성당보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시듯이 도나우 강은 흐르고 흘러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을 거쳐 북해까지 흘러갑니다. 오스트리아 빈,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이름난 곳에서 시원스레 흐르는 큰 강을 보았다면, 그곳이 바로 도나우 강입니다. 그렇게 큰 강줄기가 아직 개천처럼 소박하게 흐르는 도나우 강 상류의 울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