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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jtbc <비긴 어게인 3> 베를린 #1

외국 여행지에서 버스킹하는 음악여행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3>에서 베를린과 암스테르담에 간다고 하여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음악이 주가 되는지라 여행 블로그에서 이야기할 거리는 많지 않습니다. 베를린 첫 화(2019.8.30 방송)의 리뷰를 시작합니다.

독일 수도 베를린은 온 도시가 박물관에 다름 없습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자유롭고 예술적인에너지를 가지고 있죠. 이주민 출신이 많아 사실상 글로벌 시티와 마찬가지인지라 온갖 문화가 뒤섞여 있어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도시입니다. 또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도시이기도 하죠.

또한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K-POP이 이미 꽤 알려져 있고 현지인에게도 인지도가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도시에서 버스킹을 할 때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저도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베를린이라는 도시에서 낯선 가수의 버스킹이 열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베를린을 소개하는 방송 초반의 설명(독일인 뮤지션이 출연하여 베를린을 요약해주었습니다)이 그 해답을 미리 들려준 것 같습니다.

베를린은 스스로를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라고 불렀습니다. 부자 도시는 아니지만, 모든 문화와 예술에 열려 있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베를린은 독일 분단 시절 동서로 나뉘고 베를린 장벽이 놓였던 곳이죠. 사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현실성 없는" 영화 같은 일이 수십년 동안 벌어졌던 곳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충격에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낯선 무언가가 펼쳐져도 그것을 배척하지도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관심한 것도 아닙니다. 이 방송에서 그런 분위기가 잘 보여진 것 같습니다.


방송은 한밤중에 비행기로 도착한 출연진이 숙소로 이동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망한 유원지 느낌이다, 공사하는 느낌이다, 이런 표현은 베를린 어디를 가든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베를린은 폐허 같은 건물을 재활용하는 '다크한' 공간이 참 많거든요.


유감스럽게도 숙소가 어디인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스쳐지나가는 지도를 보건데 뮈겔 호수(Müggelsee) 부근이 아니겠는가 추정합니다. 그리고 숙소 내에 희한한 인테리어가 스쳐지나갈 때 러시아어로 적힌 공항 표지판이 있었어요. 구동독 지역인만큼 소련 분위기를 살린 기괴한 센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 숙소를 두고 이야기한 태연의 코멘트는 베를린 전체를 표현하는 말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조화롭지 않은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 이게 베를린입니다.


첫 버스킹 장소로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를 정한 것도 그 때문이겠죠. 베를린의 번화한 중심가가 아니라, 이주민들이 터를 내리고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발산한 동네입니다. 길거리는 낙서로 뒤덮이고 허름한 건물들이 빼곡한데, 그 안에 아시아 중동 유럽을 아우르는 모든 문화가 차고 넘칩니다.

베를린을 일컬어 "제2의 뉴욕"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이 크로이츠베르크의 존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버스킹하러 가는 길, 자동차가 옛 동베를린 지역을 지날 때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네, 가르쳐주지 않는데 모르는 게 당연하겠죠. 카를 마르크스도 모른다고 하죠. 한국이 통일을 하건 통일을 하지 않건, 분단국가에 사는 학생들에게 독일의 통일은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로이츠베르크에 들르기 전 오버바움 다리(Oberbaumbrücke)를 건너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에서 베를린 장벽을 직접 마주합니다.

지금이야 자유롭게 건너다니지만 불과 30여년 전까지 베를린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남북한이 나뉘면서 생긴 이산가족도 엄청 많은데, 심지어 한 도시가 쪼개졌으니 이산가족이 좀 많았을까요. 그들이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았을 베를린 장벽 앞에서 노래합니다. "죽기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제가 TV는 보지 않아도 세상과 담 쌓고 사는 사람은 아닌지라 기사를 토해 이런저런 여론은 접하며 삽니다. 이 프로그램을 두고 "비싼 돈 들여 거기까지 가서 길바닥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뭐냐"고 비판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베를린 장벽 앞에서 부르는 "라구요"가 그 대답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첫 버스킹 장소는 크로이츠베르크에 있는 아트미랄 다리(Admiralbrücke)입니다. 방송에는 영어식으로 애드미럴 다리라고 적었으나, Admiral은 독일어에 있는 단어입니다. 아트미랄이라고 적는 게 옳습니다.


분명 시간상으로는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데 환하죠. 독일은 여름에 밤 10시가 되도록 컴컴해지지 않습니다. 특히 베를린은 북쪽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6월에 촬영했다고 들었는데, 8월이 되면 더 심해집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오후 2~3시만 되어도 컴컴해지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진 치고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운 곳이라면 반드시 길바닥에 맥주병뚜껑이 굴러다닙니다. 청소는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돌틈에 박혀버린 병뚜껑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 이렇게 바닥에 남겨집니다. 이 또한 독일이기에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막 열광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시끄럽다고 짜증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서 들을 건 예의있게 다 듣습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박수를 줍니다. 그리고는 또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데, 관심이 있으면 조금씩 다가옵니다.


현지인이 시간 보내는 주택가인만큼 분위기가 좀 더 심드렁했을 겁니다. 다음 방송에는 번화가로 진출하는 것 같던데, 분위기가 조금 더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