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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보/기차

6. 탑승과 환승 : (4)티켓팅/검표 - ①검표 안내

기차에 탑승하고 자리를 찾았다면 그 다음은 티켓팅 차례. 티켓팅은 객차를 관리하는 차장이 수동 검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신이 기차에 탄 후 차장이 다가와 표를 보여달라고 하면, 그 때 유효한 티켓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표 제시를 요구할 때는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도 일단) "Fahrkarte, bitte!"(파르카르테 비테), 즉 "승차권 보여주세요"라고 독일어로 정중하게 요구하곤 한다.

독일 열차 차장
Hamburg | 2012.10.22.
▲IC 열차가 정차한 뒤 차장이 내려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독일 열차 차장
Köln | 2012.10.12.
▲임무를 마친 차장들이 플랫폼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어느 역이든 제복을 입은 차장이 보이거든 도움을 청해도 좋다.

ICE처럼 여러 객차가 연결된 열차편은 여러 차장이 동시에 탑승하여 구역을 나누어 관리하고,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열차는 한 명의 차장이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거리 노선은 중간에 차장이 교체되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영어를 못하는 차장은 아주 드물게 보았다.


이들은 기억력이 매우 뛰어나 한 번 검표를 하면 그 다음에는 표 제시를 요구하지 않는다. 역에 정차할 때마다 새로운 승객이 탑승하므로 차장이 매번 객차를 순회하며 검표를 하지만, 한 번 검표한 사람에게 다시 검표를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 기차에 오래 타고 있을 때는 표 검사를 한 번 더 할 때도 있다. 이것은 짧은 구간의 표를 산 뒤 장거리를 가는 무임승차를 체크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여행자는 따로 신경쓸 것 없이 차장이 표를 보여달라고 할 때만 보여주면 된다. 1회권 티켓이라고 해도 검표 후 절대 버리지 말고 하차할 때까지 지참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환승 시에는 기차를 탈 때마다 표 검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시스템이 이러하므로 만약 운이 좋다면 무임승차를 했는데 표 검사를 안 받고 하차할 수도 있다. 특히 한 정거장 정도 가는 단거리 여정일 때 무임승차의 유혹을 많이 느끼게 될는지 모른다. 하지만 무임승차로 걸리게 되면 벌금이 적지 않으므로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약 5~6년 동안 매년마다 독일에 가서 기차를 탔는데 해가 지날수록 검표 빈도가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ICE나 IC는 최근에 검표 없이 지나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독일 철도청에서도 무임승차 방지를 위해 신경쓰고 있는 모양이다. 2~3년 전만 해도 무임승차로 걸린 사람들도 종종 구경했는데, 갈수록 그런 구경을 하지 못한 것도 괜한 느낌만은 아닐 거라고 본다.

검표 후의 티켓

그런데 독일 철도청의 요금 체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차장도 티켓의 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심지어, 독일 철도패스 같은 유명한 티켓조차도 잘 몰라서 도장을 잘못 찍어주는 차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들도 사람인 이상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명심할 것은 잘못된 검표로 인해 불이익이 생기면 그것은 독일 철도청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검표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차장에게 정정을 요구하여 확인 도장을 받아야 뒤탈이 없다.

- 철도패스 검표 실수와 관련된 에피소드 : http://reisende.tistory.com/430


무임승차로 걸렸을 때에도 차장의 판단 하에 벌칙이 결정된다. 운이 좋다면 그 자리에서 표를 사게 하여 제값만 내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벌금까지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독일인은 기본적으로 융통성 있거나 친절한 민족이 아니다. 게다가 저들도 일종의 공무원이므로 관료주의적인 기질이 있어 더욱 딱딱하다. 가급적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부정행위는 절대 하지 말 것을 권한다.


만약 일부러 무임승차하다가 걸렸다면, 괜히 어설픈 변명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열차가 바로 들어와 시간이 없어 일단 탔는데, 당신에게 표를 사겠다"고 이야기하시라. 차장에게 표를 사는 것은 수수료가 붙어서 좀 더 비싸지만 벌금을 내는 것보다는 낫다. 괜히 변명하거나 되러 따지거나 언성을 높이면 그게 오히려 더 불리하다.


실수로 다른 기차를 탔을 때는 다음 역에 내리도록 한다. 그 정도까지는 융통성을 발휘해주지만, 내린 뒤 목적지까지 유효한 기차표를 사야 함은 물론이다. 혹시라도 깜빡 졸다가 목적지를 넘어갔을 때에도 되돌아가는 티켓은 본인이 다시 사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차장에게 부탁하면 확인 도장을 찍어줘 되돌아가는 티켓을 구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안 생기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복잡한 요금 체계 때문에 정말로 잘 몰라서 유효하지 않은 티켓을 들고 탄 경우인데, 이 때는 최대한 정중하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차장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 것. 차장에게는 차내 질서 유지를 위하여 경찰을 불러 승객을 인도할 권한도 있으니 절대로 과도하게 따지거나 억지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