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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독일 #5,6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독일편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이야기를 한꺼번에 포스팅한다. 노트북이 운명하셔서 한동안 포스팅이 불가능했습니다.



다섯 번째 편에서는 가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사실 포스팅할 내용이 없다. 혹시 수상스키 요금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성인 기준 1일권 36 유로, 2시간 24 유로. 옷과 장비 렌탈은 별도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여섯 번째 편은 수도 베를린(Berlin)의 이야기를 꽤 비중있게 담았다.

이 방송 촬영이 2015년 9월 말에서 10월 초로 알고 있다. 2015년 10월 3일이 독일통일 25주년 기념일. 한창 베를린은 통일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열기로 뜨거웠을 것이다. 통일이 남의 일이 아니기에 그 열기를 최대한 꾹꾹 눌러담은 것 같다.

홀로코스트 추모비와 브란덴부르크 문. 모두 현대사에 관련된 곳이다. 재미없고 딱딱한 주제지만 이런 걸 빼면 베를린에서 이야기할 것이 없다. 그리고 이런 주제가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전달하는 게 핵심일 텐데, 베를린 장벽을 보여준 것이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냥 한 발짝인데 서독과 동독이다. 저 한 발짝 때문에 총구를 겨누고 무수한 사람이 죽어야 했다. 막상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보니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코미디였다는 말인가. 나중에 한국도 통일이 되면 휴전선이 저렇게 느껴질 것이다. 한 발짝 차이로 남한과 북한. 그런데 그 한 발짝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가족을 갈라놓는 블랙 코미디.

베를린 장벽 붕괴는 역사에 남을 촌극인데 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측면은 있다. 그저 말 한 마디 잘못했을 뿐인데 장벽이 무너져버렸다. 그만큼 통일과 자유에 대한 동독 주민의 열망이 컸다는 방증. 작은 물꼬 하나로 둑이 터져버리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과 같을 것이다.

한국에서 왔다 하니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는 영악한 사람들. 관광객을 상대하는 법을 아는 이들이다. 개인적으로 독일의 많은 곳을 다녀봤다고 자부하지만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상술이 뛰어난 이들이 체크포인트 찰리로 기억한다.

전체 흐름에 비해 비중 높게 다뤄진 느낌을 받았던 대성당. 싫다는 의미는 아니다. 종교가 일상의 기저에 깔려 있는 독일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

그리고 소소한 장소들을 지나서..

가벼운 이야기들까지 꼼꼼히 훑으면서 베를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커리부어스트 이야기를 하면서 미카엘 셰프가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라는 팁을 주었는데, 처음 독일에서 사람들이 포메스(감튀)를 마요에 찍어먹는 것을 보고 저게 뭔가 싶었는데(약간 비위도 상했었다), 지금 나는 한국에서도 포메스를 마요에 찍어먹는다. 포메스는 마요. 이것은 진리.

비어 바이크까지 나오는걸 보고 준비 참 많이 했다고 감탄하게 되더라. 저 모습을 실제 거리에서 보면 저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할 정도로 옆에서 보면 우스꽝스럽다. 그런데 독일인들은 저걸 그렇게 사랑한다. 비어 바이크를 봤을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이 방송 자막을 보면서 "그러고보니 저거 음주운전이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있으니까 불법이 아닌 것이겠지만, 아무튼 맥주 마시고 자전거 타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그리고 독일은 "음주운전"이라는 범죄행위를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걸핏하면 음주운전을 보고 들으니 많이 무뎌지는데, 독일에서 음주운전했다가 걸렸다고 하면 약간의 과장을 보태 정신병자 수준으로 받아들인다.

마지막 주제는 그 유명하다는 베를린의 클럽. 준비단계부터 굉장히 호들갑 떨었던 것에 비하면 참 조촐히 끝났다. 클럽 내부는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아마 촬영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옷을 잘 못 입으면 입구에서 쫓겨난다고 계속 겁을 주는데 설마 그러겠어? 그런데 진짜 그렇게 한다. 유명한 클럽일수록 입구 앞에서 철저히 검사해서 돌려보낸다. 그런데 그 심사 기준이라는 게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일종의 "복불복" 같은 거라서 구글에 "How to get into Berlin's hot club?" 같은 질문이 무수히 검색된다. 큰 틀로 이야기하면, 너무 후줄근해도 안 되고, 너무 점잖아도 안 되고, 너무 야해도 안 된다. 다시 말해서, 그냥 깔끔한 캐주얼 입고 가면 된다. 그러니 오히려 멤버들처럼 입으면 안 되는 거다.


방송에 나온 클럽은 매트릭스(Matrix)라는 곳인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여기는 대중적인 곳이라 심사가 까다롭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클럽에 오는 사람 중 취객이 많은건 기본이고 마약쟁이도 기웃거리니 입구에 "깍두기"들이 지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해서 쫄지 말고 그냥 들어가면 되는 곳이다. 실제로 방송 편집을 그렇게 해서 그렇지 신분증의 나이만 확인하는게 전부였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곳 말고 진짜로 "핫 한" 베를린 클럽은 정말로 입구 앞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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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준비 많이 했다고 하더니 괜한 언플이 아니었다. 잘 알려진 곳도 있고 잘 모르는 곳도 있고, 소란스러운 축제도 있고 현대사의 상처가 남은 박물관도 있고, 엄숙한 교회도 있고 시끄러운 클럽도 있고. 일정한 흐름에 치우치지 않고 다채로운 모습을 담으려 애를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내용을 넣다보니 어떤 곳에서는 정작 자막을 읽을 틈도 없이 휙휙 넘어가버리지 않나 싶을 정도로 꾹꾹 눌러담았다.


독일여행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1,2,3,6편은 찾아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회차로 따지면 39,40,41,44화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