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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MBC에브리원 <고민말고 GO> #1

TV를 보지는 않지만 직업이 직업인만큼 독일여행과 관련된 프로는 기회가 되면 챙겨봐야 하는데, 이번에 MBC에브리원에서 독일여행 프로를 시작했더라구요. 프로그램도 소개할 겸 코멘터리를 곁들여 방송 리뷰를 적어볼까 합니다.

프로그램 제목은 <고민말고 GO>. 탤런트 하석진씨와 김지석씨의 독일여행기입니다. 12월 초에 여행한 풍경인데, 11월 말쯤 저한테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평소 독일을 좋아하는 하석진씨가 독일을 싫어하는(?) 절친에게 독일의 매력을 소개하는 컨셉이라고 해서 저도 몇 가지 정보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워낙 바쁜 분들인지라 오래 여행할 수 없으니 스케줄이 엄청 빡빡하더라구요. 이미 계획이 꽉 짜여져 있었기에 아마 제 의견이 반영되지는 않았을 것 같구요. 그래도 "독일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에게 독일의 매력을 소개"한다는 그 컨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독일여행이 로망이었다는 남자, 파리나 이탈리아의 낭만적이고 우아한 풍경을 좋아한다는 남자. 1화에서는 독일 뮌헨에 도착하자마자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이동해 추크슈피체(독일 알프스)에 오르고 다시 뮌헨으로 돌아오는 많은 내용이 소개되었습니다.

한밤중에 도착해 가장 먼저 독일의 맥주를 마십니다.

기대했던 독일 맥주. 그러나 맥주가 시원하지 않다고 실망하네요. 우리는 늘 맥주를 차갑게 마시죠. 그것도 부족해서 맥주잔을 얼렸다가 마실 정도니까요. 그런데 독일에서 맥주를 그렇게 마시는 걸 본 기억은 없습니다. 맥주는 맥주 자체의 풍미로 마시는 거니까 풍미를 못 느낄 정도로 차가우면 안 되는 거죠. 풍미가 덜하고 탄산으로 맛을 내는 맥주 스타일에 익숙하다보면 독일에서 이런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날이 밝고 본격적인 여행 시작. 알프스 산자락의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출발해 알프스 봉우리 추크슈피체에 오릅니다. 제가 제작진과 통화할 때 독일의 겨울날씨를 우려하면서 부디 날씨가 좋기를 바란다고 기원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방송 화면으로 보면 이런 안개 낀 풍경도 때깔(?)이 참 좋네요.

추크슈피체의 아름다운 풍경을 건지지 못하고, 스키도 계획했던 것 같은데 이 또한 실패하고, 추크슈피체 등반을 마칩니다.

대신 추크슈피체 아래의 아이브호수에서 아름다운 설경을 건지고 다시 뮌헨으로 돌아갑니다. 이 날 방송에서는 뮌헨의 톨우드 페스티벌이 소개되었습니다.

저는 매번 타이밍이 안 맞아 못 갔던 톨우드 페스티벌은, 1년에 두 번 열리는 뮌헨의 또 다른 큰 축제입니다. 여름에는 올림픽 공원에서, 겨울에는 테레지엔비제 광장에서 열리는데, 테레지엔비제가 바로 그 유명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방송에 나온 곳이 약 2개월 전 수백만명이 모여 광란의 잔치를 벌인 바로 그 곳입니다.


톨우드 페스티벌은 공연, 문화행사, 벼룩시장, 푸드마켓 등 온갖 즐길거리가 저마다의 컨셉을 가지고 천막에 나눠서 열립니다. 큰 행사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현지 시민들의 아기자기한 페스티벌이죠. 방송에서는 독일이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현지인들이 자유롭게 놀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찾아갔다고 합니다.

아마 아직도 적지않은 분들이 독일에 대해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독일여행 하면 왠지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고, 머리 아픈 역사 이야기만 할 것 같고, 축구나 맥주 등 남정네들이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즐길거리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요.


독일인에게 이러한 기질이 분명히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독일에서 오래 거주하는 사람은 독일인과 부딪히며 상처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잠깐 여행하는 거잖아요. 충분히 즐겁고 낭만적인 온갖 모습이 독일에 가득합니다. 제가 블로그를 만들고 책을 쓰면서 몇년째 이야기하는 것도 그것이구요. 앞으로 이야기할 것도 그것입니다.


화제성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라서 방송 후 이슈가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독일여행을 좀 안다고 하는 시선에서 보았을 때 꽤 정성들여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TV를 거의 보지 않아도 인터넷 기사로 캡쳐된 방송 화면은 자주 보는데, 준비 없이 만든 여행 프로그램은 자막이나 자료화면에 오류가 많아요. 이 프로그램은 자료 협조도 잘 받고 꼼꼼히 준비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