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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MBC에브리원 <고민말고 GO> #2

MBC에브리원 예능프로 <고민말고 GO> 2화 리뷰입니다.

독일 하면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미지를 가진 친구에게 재미있는 모습을 소개해주겠다더니, 정말 딱딱하고 재미없는 곳을 갑니다.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 굉장히 딱딱하고 어렵고 무거운 내용을 연상시키는데, 여기를 다녀와보면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은 여행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재미이기도 하죠. 재미없는 곳을 간 것 같지만 독일이기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재미를 경험한 것입니다.


뮌헨 근교의 다하우 강제수용소가 상당히 높은 비중으로 등장합니다. 넓은 수용소의 각 스폿을 골고루 보여주고 역사적인 배경을 자막이나 자료영상으로 설명해주는데요. 워낙 잔인한 내용이 많기에 방송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그러나 그 극히 일부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죠.

독일의 입장에서 나치가 저지른 짓은 몹시 부끄러운 과거입니다. 미친 독재자 하나가 국민을 세뇌해서 벌어진 비극이라 변명해도 되겠고, 피해자에게 배상했으니 이제 과거는 묻어두고 미래로 나아가지고 사탕 발린 소리를 해도 되겠죠.


그런데 독일은 과거를 계속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물론 피해자에게 배상하고 사죄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계속 드러내고 가르칩니다. 왜? 그래야 다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송에서 다하우 강제수용소를 꽤 비중있게 들여다보고 소개하는데, 가장 악명높은 가스실과 화장터는 뜻밖에도 간략하게 언급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출연자의 감정이 느껴지더군요. 이미 앞에서 너무 많은 감정의 폭격에 진이 빠질 때쯤 가스실에 도착하게 됩니다. 저도 다하우를 여행할 때, 가스실에 도착할 때쯤이 되어서는 "아, 다 필요없고 그냥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루하거나 다리 아파서가 아니라, 감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 의식의 흐름이 편집에 보이는 것 같아 당시 생각이 나더군요.

게다가 나치 집권기가 곧 일제 강점기이기도 합니다. 나치가 저지른 만행은 남의 일만이 아닙니다. 한국인은 피해자의 감정을 공유하는데, 심지어 변변한 사과도 받지 못했고 가해자는 망언을 일삼고 있는 게 현실이죠. 남의 역사니까 인문학적 재미로 역사공부나 해보지 뭐, 다하우는 그런 느낌으로 가는 곳이 아닙니다. 여기서 나의 역사가 오버랩되고, 그래서 더 감정이 동요하게 됩니다. 독일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경험입니다.


그나저나 한동안 방송에서 일제를 언급하는 게 금기시되는 것 같더니 요즘 방송은 예능프로에서도 서대문 형무소를 보여주기도 하고 이렇게 일본의 무성의한 역사관을 비판하기도 하네요. 세상 참 많이 변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뮌헨 시내로 돌아와 시내 중심부의 마리아 광장(Marienplatz)을 보여주는데, 잠깐의 먹부림과 전망대 정도만 스쳐지나갑니다.

1화 리뷰에도 언급했듯이 바쁜 분들이라 이 방송이 굉장히 살인적인 빡빡한 일정으로 여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라면 공짜로 보내줄 테니 이렇게 여행하라고 해도 싫다고 단칼에 자를 정도의 일정이었습니다. 물론 출연료를 준다면 가겠지만요.


마리아 광장은 단순히 유명한 관광명소에 그치는 게 아니라 뮌헨만의 고유한 색깔, 그리고 독일의 전형적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에 이렇게 소개되고 마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날씨를 봐도 그렇고 현실적인 한계였을 것으로 봅니다.

아침에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갔다가 낮에는 뮌헨 시내 관광, 저녁에는 또 축구장까지 가는 일정이었나봅니다. 뮌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구 이야기가 마지막에 언급되는데, 이 날이 바이에른 뮌헨과 PSG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일이었답니다. 그 내용은 다음화에 나올 모양입니다.


이 정도 빅매치는 사실 여행자가 표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는데, 아무리 현지의 도움이 있었다 하더라도 소소한 예능프로에서 이런 경기의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닐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