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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59. 되너와 지로스

익숙한 비주얼이죠. 케밥입니다. 크게 뭉친 고기 덩어리를 회전하며 굽다가, 주문과 동시에 박박 긁어서 고기 조각을 이런저런 방식과 소스로 요리합니다. 케밥은 유럽 어디를 가든 패스트푸드의 일종으로 길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손에 쥘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케밥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여기 똑같은 비주얼의 사진 두 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요리는 이름이 다릅니다. 위의 것은 되너(Döner), 아래 것은 지로스(Gyros)입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케밥은 터키에서 시작된 요리입니다. 특히 이런 식으로 고기 덩어리를 뭉쳐 회전하여 굽다가 조리하는 것을 되너라고 하죠. 영어로는 도너(Doner)라고 합니다.


그런데 되너 케밥이 터키 이웃나라 그리스에 전해지면서 지로스가 되었습니다. 영어로는 지로(Gyro)라고 합니다.

각각 되너와 지로스입니다. 어떤 빵에 넣어 어떤 소스를 넣고 어떤 채소를 곁들이는지는 식당마다 레시피가 다르므로 그런 차이에 주목하지 않아도 되구요. 어쨌든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되너와 지로스 모두 고기를 긁어 빵-채소-소스와 함께 먹으며,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도록 조리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되너와 지로스에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어요.


터키는 이슬람 국가입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죠. 그래서 원래 케밥은 양고기로 만드는 게 기본입니다. 하지만 양고기는 비싸기 때문에 이런 길거리 음식에 사용할 수는 없는지라 주로 송아지고기나 닭고기 등을 이용하여 만듭니다.


그리스는 이슬람 국가가 아닙니다. 원가를 절감하려면 돼지고기를 사용해도 됩니다. 그래서 되너와 달리 지로스는 돼지고기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을 여행하다가 길거리에서 이런 케밥집을 발견하거든 그 이름을 유심히 보세요. 되너인지 지로스인지. 되너라고 되어 있다면 터키인이 운영하는 곳일 확률이 높고, 지로스라고 되어 있으면 그리스인이 운영하는 곳일 확률이 높습니다.


나아가, 되너집이 많이 보이는 나라는 터키인이 많이 산다는 의미, 지로스집이 많이 보이는 나라는 그리스인이 많이 산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독일은 되너의 천국입니다. 터키인이 많이 살기 때문이죠. 장사하는 사람이 터키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터키인이라서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되너를 만들어 팔아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스와 육지로 연결된 발칸반도에서는 되너보다 지로스가 더 많이 보입니다. 가령,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이 해당되고, 거기서 더 나아가 헝가리에서도 지로스가 더 많이 보입니다.


길거리에서 되너가 보이느냐 지로스가 보이느냐, 대수롭지 않은 것 같은 이런 차이에서도 우리는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이 재미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