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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독일에서 하켄크로이츠 사용은 불법

최근 일본 군함이 전범기를 달고 한국에 들어온다 하여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본은 늘 독일과 비교당하는데, 전범기 문제에 있어서도 독일이 하켄크로이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것과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독일은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다. 아니, 내가 내 신념과 사상의 자유대로 나치의 주장에 동조한다는데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국가에서 법으로 금지하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 된다. 하켄크로이츠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상징"이기 때문에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국가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


만약 독일에서 하켄크로이츠를 소지하다가 적발되면 최소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리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속적인 감찰의 대상이 된다. 만약 내가 호기심에 하켄크로이츠를 가지고 놀다가 걸려서 벌금을 냈다 치자. 이후 내가 사는 동네에서 네오나치 소행으로 보이는 인종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이 내 집부터 찾아와서 압수수색을 할 것이다. 설령 호기심으로 하켄크로이츠를 가지고 놀았던 철부지였다 해도 잠재적 인종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하켄크로이츠 사용이 허가된 예외적인 사례는 학술적인 목적일 때뿐이다. 가령, 나치의 만행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면 당연히 하켄크로이츠가 영상에 담길 것이다. 이런 경우는 불법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당시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일 경우 나치를 옹호하는 목적이 아니면 하켄크로이츠 사용이 허용된다. 그리고 최근에 예외적으로 게임에서의 사용도 허용되었다. 기존에는 게임에서 하켄크로이츠가 나오는 것도 불법이어서 제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는 전쟁게임을 독일에 출시할 때 하켄크로이츠를 가리는 패치 작업이 필수였었다.


독일에도 네오나치는 있다. 특히 최근 구동독 지역에서 반난민 분위기에 편승한 극우가 네오나치화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극우 네오나치의 집회라 해도 하켄크로이츠는 등장하지 않는다.

작년에 베를린에서 있었던 극우 집회 현장이다. 참석자가 들고 있는 흑-백-적 3색기가 대표적인 네오나치의 상징물이다. 이 깃발은 프로이센의 깃발이었다. 프로이센은 독일을 통일하고 독일제국을 출범(게르만족의 나라를 완성)하고 프랑스 등 외세와의 전쟁에 연달아 승리해 독일을 유럽의 강국에 올려둔 주인공이기에 독일의 극우가 프로이센 깃발을 들어 게르만족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코미디다. 프로이센은 이민족을 적극 받아들여 강대국이 되었다. 프랑스의 위그노 교도를 받아주었고, 네덜란드의 장인을 대거 초빙해 기술을 배웠다.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가 막판까지 갈등하다가 결국 프로이센이 이기고 독일의 주인이 되었는데, 정작 오스트리아는 헝가리 등 이민족을 지배하면서 게르만족이 중심이 된 나라를 꿈꾸었고, 프로이센은 적극적으로 이민족을 받아들여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고 기술을 수용하였다. 난민을 반대하고 게르만족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극우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이센의 깃발을 들고 저러는 걸 보면 그 지성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막 나가는 극우세력조차도 "감히" 하켄크로이츠를 들고 나올 수 없다는 것, 독일이 하켄크로이츠 금지법을 강력히 시행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보나마나 전범기를 달고 한국에 들어올 것이다. 결국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한국 내에서 전범기 사용금지법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일본한테 독일을 배우라는 말만 하지 말고, 한국도 독일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