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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보/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Garmisch-Partenkirchen | Topic. 추크슈피체 홈페이지의 국기 해프닝

여행과는 무관한 이야기 하나.


얼마 전 추크슈피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사이트가 개편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추크슈피체는 예전부터 한국어 페이지를 지원하는 "독일에서 몇 안 되는" 관광지 사이트로 기억한다.


그런데 개편된 홈페이지에서 나를 뜨악하게 만든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것이다.

눈썰미가 나빠도 금세 보이실 것이다. "한국어" 옆의 국기. 우리 관점에서 보면 참 어이없는 실수지만 이게 따지고 보면 아직 유럽에서 Korea라는 나라가 얼마나 변방인지를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 디자인하는 사람이 대충 Korean Flag라고 찍어보고는 "국기처럼 생긴 것"을 가지고 만든게 아닐까?

(아마 그네들의 입장에서 태극기는 언뜻 봤을 때 국기처럼 안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상징적인 문양이나 마스코트 같은 것으로 보였을 게다.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국기는 세계적으로도 몇 없으니.)


그래서 메일을 보냈다. 큰 실수를 한 것 같으니 고의로 그런 것(진짜 북한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면 수정해주면 정말 고맙겠다고. 하지만 답장은 없었고 나도 이내 까먹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추크슈피체 홈페이지에 한 번 들어가봤더니 수정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답장을 받지는 못했으니 내 메일을 받고 고쳤는지 여부는 확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시기상으로 보았을 때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아마 수정까지 1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어디 아시아 변방의 일개 네티즌 따위가 귀찮게 구느냐고 무시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담당자에게 메일을 포워딩하고 검증된 자료를 검색하고 관련 부서를 통해 수정하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역시 독일인들은 속도가 느려서 그렇지 할 것은 하는 민족이다.


유럽을 여행할 때 느끼는 것은, 아직 Korea의 인지도는 정말 낮다는 것이다. 참 어이 없는 실수지만 그들이 한국을 무시해서 국기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디자인한 것이라고 분노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 현실에서는 한국어 페이지를 지원하는 자체가 한국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는 해프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의를 보여준 추크슈피체 담당자들에게는 감사를 표한다. Danke schö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