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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Merkel muss weg!

독일의 反난민 기류가 점점 심상치 않다. 드레스덴(Dresden)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우단체 페기다(Pegida)의 시위에 동참하는 시민이 점점 늘고 있고, 구동독 지역인 드레스덴 외에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나 쾰른(Köln) 등 서부 산업도시에서도 시위가 커지고 있다.


최근 난민 반대 집회에 등장하는 구호는 "Merkel muss weg"이라고 한다. "메르켈 물러나라"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원래 이 구호는 독일 분단시절 "Mauer muss weg(장벽은 철거해야 한다)"이라는 구호로 유명했던 것이다. 독일의 자긍인 통일의 상징적 구호가 메르켈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독일어로 weg은 "길"을 뜻한다. 작은 골목은 거리명에 weg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우스갯소리로 Merkelmussweg이 마치 거리명처럼 되어 시위 현장에 주소 표지판까지 등장하는 지경이다. 가히 메르켈 총리의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은 끔직한 인종차별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국가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있다. 누구도 함부로 입 밖으로 "무슬림 반대" 같은 말을 꺼낼 수 없다. 나는 종교나 민족이 싫어서 무슬림을 반대하는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들의 문화가 싫어서 반대하는 것일지라도(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반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무슬림 반대"라는 말을 하는 순간 내가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고 손가락질 받고 매장당할 것 같은 암묵적인 공포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독일 국민들이 난민에 우호적이었고 정부도 난민을 환영한다고 하였던 것에는 이런 국가 차원의 트라우마가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들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임계점을 넘은 것 아닌가 싶다. 차라리 인종차별주의자로 욕을 먹더라도 이대로는 못 참겠다는 지경이 된 것 같다는 뜻이다.


과연 이 "난장판"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보았을 때 독일인들의 소위 "밑바닥 민심"이 흔들린 것만큼은 분명하다. 현지 소식을 이래저래 모아보면, 정부가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밀려드는 난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음이 이미 탄로났기 때문이란다. 메르켈의 임기는 2017년 중에 끝나고 새로운 총선을 실시한다. 연임 제한이 없으므로 메르켈이 다시 집권 연장을 꿈꿀 수도 있으나 이런 식이면 장밋빛 전망은 힘들게 되었다. 메르켈로서는 올 해 안에 어떻게든 해답을 내어놓고 내년에 그 해답이 올바른 것임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