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은 그야말로 자동차가 곧 일상이자 문화인 사람들이며, 평생 집은 안 사고 저축만 할 정도로 검소하게 살지만 자동차에만큼은 돈을 아낌없이 쓸 정도로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으로 대표되는 독일 자동차업계의 삼대장의 위엄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겠죠. 여기에 폴크스바겐 산하의 포르쉐와 아우디도 현역입니다. 일찌감치 미국의 GM에 인수되었지만 100년 이상 독일의 공장에서 독일차를 생산해 온 오펠도 빠지면 섭섭하죠.
그래서 독일은 자동차 박물관도 남다릅니다. 자동차 회사마다 그들의 역사와 철학을 자랑하며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하기에 박물관도 정말 아름답고 근사하게 만들어 경쟁하는 중입니다. 물론 자동차를 사랑하는 개인 수집가도 많아서 회사가 아닌 개인에 의해 완성된 박물관도 있구요.
추리고 추려보니, 꼭 소개해야 할 자동차 박물관만 11곳입니다. 너무 많아서 두 편에 나누어 정리하려고 합니다. 첫번째로는, 주요 자동차 회사의 본사에서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박물관 여섯 곳입니다.
슈투트가르트(Stuttgart)의 다임러 그룹의 본사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Mercedes-Benz Museum)입니다. (다임러가 뭐고 벤츠는 뭔지 궁금하다면 여기를 참조하세요.)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만든 회사답게 여기에 전시된 자동차는 곧 자동차의 역사나 마찬가지입니다. 독특한 건물 디자인은 엔진의 형상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구요. 160종 이상의 자동차가 카테고리별로 분류되어 인상적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에는 또 하나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포르쉐 박물관(Porsche Museum)입니다. 포르쉐가 폴크스바겐에 인수되었지만 여전히 포르쉐 본사와 공장은 슈투트가르트에 있고, 여기에 작은 박물관이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이 크게 들어서자 경쟁이 붙어 포르쉐도 지금의 대형 박물관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수십 종의 역사적인 포르쉐 차량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포르쉐 택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여 비용을 지불하면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해주는 포르쉐 자동차를 탑승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 촌스럽게 비엠더블유라고 하지 맙시다. 베엠베(BMW)의 본사에서 만든 BMW 박물관(BMW Museum)이 뮌헨(München)에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원통형의 건물이 박물관, 그 뒤편 높은 건물이 본사입니다. 그 너머로 대형 공장이 있구요. 특별히 이 본사 건물은 4기통 엔진 실린더를 형상화했다고 하구요. 박물관 건물은 그 모양새 때문에 "샐러드 볼"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입장하면 밑으로 밑으로 계속 내려가며 수많은 역사적인 전시물을 만나게 됩니다. 승용차, 오토바이, 엔진, 스포츠카 등 분류에 따라 BMW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만나며 내려가고, 마지막으로 미래의 콘셉트카를 보면서 다시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아, 그리고 BMW에 관심이 많다면 박물관 건너편의 BMW 벨트(BMW Welt)까지 함께 둘러보세요. BMW 벨트는 일종의 고객센터 건물인데, 현재 판매 중인 BMW의 전기차, 승용차, 오토바이는 물론, 미니와 롤스로이스 등 산하 브랜드까지도 차량을 볼 수 있습니다. BMW 벨트 입장은 무료입니다.
폴크스바겐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의 본사가 있는 잉골슈타트(Ingolstadt)에는 아우디 박물관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모빌레 박물관(Museum Mobile). 아우디가 탄생하기 전 창업자인 아우구스트 호르히가 만든 호르히 자동차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의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우디는 1930년대 메르세데스-벤츠와 모터스포츠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날렵한 디자인의 올드카가 수두룩하구요. 오늘날에도 아우디는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그 옛날에도 아우디 자동차의 디자인은 한 수 위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동차 박물관계에 있어 전세계를 통틀어 첫손에 꼽힐 곳은 폴크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일 것입니다. 직역하면 "자동차의 도시"라는 뜻인데, 볼프스부르크(Wolfsburg)의 폴크스바겐 본사와 공장 옆 넓은 부지에 초대형 테마파크를 지었습니다. 폴크스바겐과 그 산하의 브랜드, 가령 아우디 포르쉐 세아트 스코다 람보르기니 등의 파빌리온을 만들어 각 브랜드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구요. 차이트하우스(Zeithaus)라는 이름의 박물관도 있어서 폴크스바겐이나 아우디 등의 올드카도 만날 수 있습니다. 가령, 그 유명한 마이크로버스도 볼 수 있습니다.
볼프스부르크는 폴크스바겐 공장 빼고는 아무 것도 없던 작은 도시였습니다. 독일인은 자동차를 구매하면 직접 공장에 가서 인수하는 게 관행인데요. 고객이 황량한 도시에 찾아오게 하기보다는 이왕 왔으면 하루종일 놀고 가라는 의도로 아우토슈타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온 가족이 같이 놀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체험 운전장 등 재미있는 시설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우토슈타트의 하이라이트는 출고중인 자동차가 대기하는 카 타워입니다. 큰 원통형 빌딩 두 채는 멀리서 보면 일반적인 빌딩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안에 자동차가 빼곡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카 타워는 별도 티켓을 구입하면 리프트를 타고 내부를 볼 수 있는데, 이게 아주 장관입니다.
그리고 볼프스부르크에는 폴크스바겐의 전용 박물관이 또 하나 있는데요. 아우토슈타트만 해도 워낙 방대한 규모라 우선 여기만 소개합니다.
독일 자동차 중 주목도는 가장 떨어질지 모르지만, 역사로 따지면 벤츠와 다임러 다음으로 자동차를 개발해 판매한 회사가 오펠입니다. 벤츠와 다임러는 합병했으니 실질적으로 독일의 넘버 투였던 셈이죠. 그러나 1920년대에 GM에 매각되어 오랫동안 미국 회사의 이미지가 강해 독일인에게 자국 브랜드로 뿌리를 내리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 오펠은 얼마 전 프랑스의 PSA에 매각되어 다시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자동차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지 못하던 시절, 외국 자동차를 가져와 커스터마이징해서 국산차로 팔아왔는데, 1980년대 대우자동차에서 들여온 차종이 주로 오펠이었습니다. 가령, 르망은 오펠 카데트였죠. 같은 GM 산하 브랜드였기에 한국GM 공장에서 오펠 자동차를 생산해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한국과 인연이 있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구요.
오펠 본사가 있는 뤼셀스하임(Rüsselsheim)에 오펠의 아담한 박물관도 있었는데, 최근에 변동이 있는지 정보 확인이 어렵네요. 우선 독일에 명차의 이름에 가려진 오펠이라는 브랜드도 있다는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독일차는 꼭 갖고 싶은 로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실제 수입차가 많이 팔리기도 하고, 보통 여행자들도 관심을 많이 가질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 박물관도 꼭 가보시라고 강력히 추천하구요. 특별히 좋아하는 브랜드가 없어도 아우토슈타트 등 한두곳이라도 꼭 들러보세요. 독일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위상, 독일인이 자동차를 대하는 문화, 재미있는 경험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독일 자동차 박물관 특집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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