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자동차 박물관 포스트, 그 두번째로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랜드의 기록 또는 개인 수집가에 의해 탄생한 박물관 다섯 곳을 추려보았습니다.
아우구스트 호르히(August Horch)는 쾰른에서 1900년을 전후해 자신의 이름을 딴 호르히 자동차회사를 만들어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수익에 관심이 없고 모터스포츠에 올인하다가 회사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그는 다시 심기일전해 새 회사를 만들고 자기 이름을 붙였는데, 기존 호르히 회사의 상표권 침해 소송으로 자기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맙니다. 새 이름을 물색하던 중, 호르히(Horch)가 독일어로 "듣다"는 의미의 horchen과 유사한 것에서 착안해 라틴어로 "듣다"는 뜻인 아우디를 새 이름으로 정합니다.
이후 호르히는 소원대로 모터스포츠용 자동차 개발에 골몰하고, 덕분에 1920년대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의 경쟁이 굉장했다고 합니다. 속도를 내려고 차체 무게를 줄이려다보니 도장을 하지 않아 쇠가 그대로 드러난 자동차를 타고 광속으로 질주하는 모습에 "은색 화살(silver arrow)"이라는 애칭까지 붙었습니다. 독일 자동차의 메카닉 수준이 급성장한 게 이 시기라고 하구요.
훗날 아우디는 과거의 호르히를 포함해 3곳의 회사와 합병해 아우디 우니온(Audi Union)이 됩니다. 그리고 독일이 분단되었을 때 아우디의 공장 등이 모두 동독 지역에 남게 되다보니 서독에서 새로 아우디의 본사와 공장을 차리게 된 곳이 앞서 소개한 아우디 박물관이 소재한 잉골슈타트이구요.
지금 소개하는 아우구스트 호르히 박물관(August Horch Museum)은 회사에서 쫓겨난 뒤 아우디를 만든 도시 츠비카우(Zwickau)에 있습니다. 아우구스트 호르히라는 개인에 집중하므로 호르히 자동차 시절, 그리고 아우디 시절, 그가 만든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츠비카우에는 또 하나의 자동차 박물관이 있습니다. 아우디가 츠비카우에서 시작했듯 기본적인 산업 기반이 갖춰진 도시였기에 동독 정부는 여기서 자동차를 개발, 판매하게 되는데, 1957년부터 판매되어 동독의 상징이 된 트라반트가 그 주인공입니다. 트라반트 박물관(Trabant Museum)은 1990년 통일 후 트라반트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의 모든 역사가 정리된 곳이며,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라는 점과 사회주의 국가의 산물이라는 점 등 특이한 희소성이 있어 일부러 찾아가도 재미있는 곳입니다.
츠비카우까지 가기 어렵다면, 베를린에도 작은 트라반트 박물관이 있으니 아쉬운대로 맛보기는 가능합니다. 베를린의 트라비 박물관(Trabi-Museum; 트라비는 트라반트의 애칭)은 개인 수집가가 만들었으며, 아직 굴러가는 트라반트를 이용해 시티투어도 제공합니다.
동독의 산물은 하나 더 있습니다. 아이제나흐(Eisenach)의 아우토모빌레 벨트(Automobile Welt)가 그곳입니다. 아이제나흐 역시 구동독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였으며, 1900년대 초반부터 바르트부르크(Wartburg; 아이제나흐에 있는 성 이름), 딕시 등의 자동차를 생산했습니다. 이후 BMW가 여기를 매입해서 BMW 공장이 되었는데, 독일이 분단되면서 BMW 공장이 동독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동독에서도 BMW를 만드는 요상한 모양새가 펼쳐졌고, 이후 아이제나흐 공장은 EMW로 이름을 바꾼 뒤 오래 전 자동차 이름을 되살려 바르트부르크 자동차를 생산했습니다.
독일 통일 후 공장은 오펠에 넘어갔다가 문을 닫은 것 같아요. 지금은 당시 아이제나흐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을 모아 전시하는 유니크한 박물관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지만 마니아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장소입니다.
함부르크(Hamburg)에 비교적 최근 문을 연 프로토타입 박물관(Automuseum PROTOTYP)입니다. 이름은 프로토타입(시제품)이지만 시제품과 완성품을 두루두루 소장하고 있으며, 올드카나 스포츠카 등 특이한 차종도 많고, 단순히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부에서 자동차와 예술의 콜라보가 펼쳐지는 특별 전시회를 여는 등 세련되게 운영하는 곳입니다.
정식 명칭은 "마이바흐의 역사적인 탈 것 박물관" 정도로 길게 풀이되는 마이바흐 박물관(Museum für historische Maybach-Fahrzeuge)입니다. 세계3대 명차로 꼽히는 마이바흐의 화려한 컬렉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이바흐 전용 박물관은 세계에서 여기가 유일한데요. 회사에서 만든 게 아니라 개인 수집가가 만들었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요. 뉘른베르크 근교의 노이마르크트(Neumarkt)라는 도시에 있습니다.
이상 다섯 곳, 지금까지 총 11곳의 독일 자동차 박물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우리가 흔히 박물관이라고 하면 지적 호기심을 채우며 엄숙히 눈으로만 관람하는 공간처럼 느껴지는데, 독일의 자동차 박물관은 (전부는 아니지만) 내부에서 식사를 하거나 전시회를 하는 등 자동차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즐기는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게 됩니다.
아, 이래서 독일이 자동차 강국이구나, 절로 느끼게 될 것이라 감히 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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