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리턴즈>에 3개국 6개 도시가 소개되었습니다. 독일 베를린(Berlin)에서 출발해 체코 프라하(Praha)와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와 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를 지나 빈(Wien)에서 마무리하는 보편적인 동유럽 여행 코스인데요. 방송은 9일 정도의 일정으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실제 이 루트로 여행한다면 빠듯하게 여행할 때 10일, 여유있게 2주 정도의 일정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방송은 여행지의 전체보다는 방송의 콘셉트에 맞는 일부만 발췌하여 촬영하기 마련이죠. 실제 방송에 소개된 해당 6개 도시의 여행지는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각 도시별로 하나의 일관된 테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6개 도시에서 6가지 색깔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번 추천 여행 테마는 바로 그 6가지 색깔을 만나는, 이른바 "꽃할배 따라 동유럽 여행 코스"입니다.
역사 in 베를린
베를린의 여행 테마는 "역사"입니다. 유럽은 어디를 가던 역사를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역사를 접하고, 역사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를 접하게 되죠. 그런데 베를린은 그 역사가 워낙 드라마틱할뿐 아니라 냉전과 분단 등 한국의 역사와 포개지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남 일 같지 않은" 몰입감을 가지게 하는, 아마도 전 세계 유일한 도시입니다.
우리는 베를린에서 그 유명한 베를린장벽을 비롯하여 수많은 역사의 현장을 보게 됩니다. 머리가 즐거운, 생각이 깊어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을 만들게 됩니다.
베를린만큼이나 진지한 "역사"로 유명한 도시 하면 저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Warszawa)를 꼽습니다. 베를린은 현대사의 비극적 순간의 가해자로서 피해자에게 사죄하며 후손에게 경고하는 이미지라면, 바르샤바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절대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 이미지라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건축 in 프라하
프라하의 여행 테마는 "건축"입니다. 상투적인 표현으로 "건축 박람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여러 시대의 다양한 건축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산과 강과 광장에 자리 잡고 있는 고풍스러운 모습은 우리가 "동유럽"이라는 타이틀에 막연히 떠올릴 전형적인 이미지를 완성합니다.
유럽에서 "건축"으로 유명한 도시는 정말 많습니다. 어디를 가던 수백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도시들 중에서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건축을 다양한 모습으로 활기차게 만날 수 있는 도시는 프라하가 으뜸입니다.
"건축 박람회"가 온 도시에 펼쳐지는 또 하나의 건축의 도시. 단연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Budapest)입니다. 프라하만큼이나 아름다운 건축물, 그리고 숨막히게 황홀한 야경, 평온하게 흐르는 강변과 고풍스러운 다리 등 프라하에서 감동받을 모든 요소가 부다페스트에 똑같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동화 in 체스키 크룸로프
체스키 크룸로프는 정말 작은 소도시입니다. 걸어서 2~3시간이면 휘이 둘러볼 수 있죠. 하지만 이 작은 도시는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굽이치는 강을 따라 붉은 지붕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있고 언덕 위에는 웅장한 고성이 있는, 그야말로 동화를 찢고 나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이 깔린 좁은 골목을 하염없이 걸으며 앙증맞은 시가지를 구경하고, 언덕 위 성에 올라 붉은 지붕이 쫙 펼쳐지는 탁 트인 전망도 보고, 잠시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동유럽 하면 역시 소도시 여행이 백미입니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면서 동화 속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 여기에 아름다운 호수까지 더해져 "이 풍경 실화냐"는 감탄을 참을 수 없는 곳, 바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Hallstatt)도 있습니다. 특히 호숫가의 마을 풍경은 동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몇 손가락에 꼽힐 아름다운 장관입니다.
음악 in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 역시 거대한 고성과 아름다운 건축이 즐비합니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며 구시가지는 좁은 골목 사이사이로 동화 같은 모습을 뽐냅니다. 그러나 잘츠부르크에만 있는 특별한 것, 바로 음악이죠. "도레미송" 등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이 일품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무대가 여기, 그리고 본방송에는 편집되었으나 감독판에서 보충한 모차르트의 고향도 바로 여기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레미송"을 흥얼거리고, 귀에 익숙한 모차르트의 음악 멜로디를 따라부르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더하여 귀에 들리는 것까지 만족을 주는 음악 여행의 최고봉은 단연 잘츠부르크입니다.
잘츠부르크만큼의 대중적인 음악은 아니지만, 작곡가 바흐와 멘델스존, 그리고 슈만이 활동한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 역시 음악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도시입니다. 바흐가 직접 지휘했던 소년합창단은 지금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줍니다. 멘델스존이 직접 지휘했던 오케스트라도 지금까지 남아있답니다.
자연 in 잘츠캄머구트
동유럽 하면 동화 같은 소도시나 고풍스러운 건축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동유럽에 때묻지 않은 대자연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도 이제 많아졌죠. 오스트리아는 알프스 산맥이 가지를 뻗쳐 숨막히게 아름다운 대자연의 위엄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스위스가 부럽지 않죠. 그 중 가장 유명한 경승지가 잘츠캄머구트입니다.
잘츠캄머구트는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한 지역을 통칭하는 지명입니다. 방송에 나온 곳은 장크트 볼프강(St. Wolfgang)과 장크트 길겐(St. Gilgen), 하지만 그 외에도 전망이 기가 막힌 산봉우리와 투명하게 맑은 호수가 매우 많습니다. 위에 잠깐 언급한 할슈타트 역시 잘츠캄머구트에 속합니다.
알프스 산맥의 가지는 오스트리아 아래까지 뻗쳐 나갑니다. 율리안 알프스라고 불리는 슬로베니아의 산악지대도 그 중 하나인데요. 요즘 국내에서도 뜨고 있는 블레드(Bled)에 가면 때묻지 않은, 숨막히게 아름다워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대자연의 위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 in 빈
모차르트, 베토벤, 슈트라우스, 브람스, 슈베르트, 하이든 등 이루 셀 수 없는 수많은 음악가가 활동했던 곳, 클림트로 대표되는 유겐트슈틸 미술이 만개한 곳, 유럽을 호령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도로서 우아한 귀족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 바로 오스트리아 수도 빈입니다.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건축이면 건축, 디자인이면 디자인. 무엇 하나 빠지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곳곳에 가득하고, 클림트의 "키스" 등 세계적인 명작도 두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빈 필하모니 등 세계적인 음악도 두 귀로 들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예술, 빈에 반드시 존재합니다.
독일 드레스덴(Dresden)에서도 눈부신 예술작품이 잔뜩 있는 여러 박물관, 찍으면 예술이 되는 중세의 건축, 세계적인 클래식 극장, 여기에 유럽 최초의 도자기 마이센까지 우아하고 아름다운 예술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클림트의 "키스"와 같은, 한 방에 설명되는 킬링 아이템이 없을뿐 전체적인 수준은 최상급입니다.
실제로 방송이 위 테마에 맞춰 기획되었는지는 제가 알 수 없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하셔도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는 동유럽에서 눈과 귀와 머리가 호강하는 뜻깊은 여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꽃할배 루트를 따라가면 각각의 테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에 발자국을 찍게 됩니다.
마침 모두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라서 여행정보도 많습니다. 처음 동유럽에 가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전혀 어려움 없이 알차게 여행할 수 있는 곳들입니다.
여기에 더 오랜 여행을 원하는 분들, 또는 이미 프라하나 빈 등 유명 도시는 다녀왔다는 분들을 위해서 각각의 테마를 잘 보여주는 다른 대안 여행지까지 하나씩 소개해드렸으니 잘 조합하여 최적의 루트를 완성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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