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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02. 뮌헨의 마리아 광장

뮌헨의 중심, 누구나 마리아 광장(Marienplatz)을 꼽습니다. 아마 마리엔 광장이라는 표기에 더 익숙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몇 년 전부터 혼자 마리아 광장이라는 표기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마리아 광장은 뮌헨의 유명 관광지들이 밀집되어 있고 백화점과 레스토랑 등 상업시설이 잔뜩 있어 관광객과 현지인이 모두 만나게 되는 매우 분주한 광장입니다. 원래는 독일의 다른 중심 광장이 그러하듯 전통시장이 들어서 있었지만 뮌헨의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19세기경 시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그게 지금의 빅투알리엔 시장입니다), 오로지 행인을 위한 광장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광장의 이름은 높게 솟은 마리아 기념비(Mariensäule)에서 유래합니다. 30년 전쟁 중 뮌헨이 잠시 스웨덴군에 점령당했는데, 이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1593년 구리로 성모 마리아 동상을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높은 단을 쌓고 금을 입혀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데요. 마리아가 있는 광장이니까 그 이름을 마리아 광장으로 표기하는 게 타당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실제로 Marienplatz라는 명칭은 Maria와 Platz가 합쳐지면서 연결어미가 변형된 것이니 굳이 따지자면 마리엔플라츠로 적는 건 옳지만 마리엔 광장이라 적는 건 오류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덕분에 제가 쓴 <프렌즈 독일>와 <뮌헨 홀리데이> 정도만이 마리아 광장이라는 표기를 고집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절대 몰라서 틀린 게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서 고집을 부리는 거라는 점을 수줍게 밝힙니다.


마리아 광장의 삼면에 놓인 세 개의 관광 명소가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신 시청사(Neues Rathaus)입니다.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신 시청사는 1909년에 완공되었습니다. 20세기를 전후하여 고딕 양식을 다시 되살린 신고딕(네오고딕 또는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내부에 전망대와 작은 갤러리,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특히 신 시청사 첨탑에는 시간에 맞춰 작동하는 특수장치가 있는데요. 이러한 특수장치로는 독일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그래도 워낙 높은 곳에 있어 육안으로 디테일까지 잘 보이지는 않기에 카메라나 캠코더 등 신문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상층부는 바이에른 공국의 대공 빌헬름 5세의 결혼식을 주제로, 하층부는 카니발을 주제로 합니다. 이게 작동할 때 아주 음산한 오르골 소리가 함께 들립니다.

신 시청사가 생기기 전까지 뮌헨의 시청이었던 구 시청사(Altes Rathaus)는 1300년대부터 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순백의 르네상스 양식에 고딕 양식으로 장식하고 있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탑에 터널을 뚫어 보행자가 다니도록 개조했습니다. 신 시청사가 시커멓게 그을린 장엄한 고딕 양식이기에 아무런 배경정보 없이 찾아가면 구 시청사가 더 최근에 생긴 신 시청사인 것으로 착각하기 딱 좋습니다.

구 시청사 앞을 지키는 율리아(Julia).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은 줄리엣이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1974년에 설치되었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그 줄리엣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동상은 꼭 한 부분이 번들번들 빛나요. 누가 만든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줄리엣의 가슴을 만지면 불멸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마리아 광장의 세 번째 관광명소는 성 페터 교회(St. Peterskirche)입니다. 사실 역사적인 중요성으로 따지면 여기가 첫 손에 꼽혀야 돼요. 뮌헨이 아직 도시가 아니던 시절, 수도사들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수도원을 지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해 오늘날의 뮌헨이 되었습니다. 뮌헨이라는 도시 이름도 "수도사의 도시"라는 뜻의 옛 독일어 무니헨(Munichen)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도시의 기원이 된 바로 그 수도원이 성 페터 교회입니다. 물론 지금의 교회는 이후 증축되고 개조된 것이지만, 아무튼 여기가 도시의 기원이기에 뮌헨 시민들은 "알터 페터(Alter Peter; 오래 된 페터)"라는 별명으로 친근하게 부릅니다. 화사한 프레스코화와 수준 높은 조각으로 장식된 내부도 볼만하고, 무엇보다 전망대가 이곳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성 페터 교회의 첨탑에 오르면 신 시청사와 주변 뮌헨 시가지 중심부를 360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너무 커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신 시청사도 여기 오르면 한 눈에 들어오죠. 단점이 있다면, 입장료가 저렴한 대신 좁은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야 돼요. 상당한 체력을 요합니다. 맞은편 신 시청사의 첨탑도 전망대로 개방되어 있는데, 여기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성 페터 교회로 올라가는 이유는, 신 시청사를 포함한 주요 명소의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위 사진 속 신 시청사를 보시면,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의 색깔이 다르죠. 높은 첨탑은 (보이는 각도로) 왼편의 중앙에 해당되구요. 이게 무엇 때문인고 하니, 원래 1800년대 후반 새로 만든 신 시청사는 (보이는 각도로) 오른편 절반만큼이었습니다. 나중에 왼편의 절반을 추가로 만들고, 만드는 김에 높은 첨탑까지 만들어 이런 구조가 된 것입니다.

마리아 광장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늘 거리의 악사들이 곳곳을 점령하고 있기도 하는데요. 정말 아마추어 수준의 버스커가 있는가 하면 팀을 짜서 제법 수준 높은 음악을 선수하는 버스커도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이들은 구경꾼의 호응까지 유도하면서 정말 재미나게 공연을 펼쳐 이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신 시청사 1층에는 관광안내소도 있어 지도를 구하거나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마리아 광장은 뮌헨의 중심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