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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33. 주목! 플릭스 트레인

앞서 플릭스부스 관련 글을 쓰려고 모처럼 플릭스부스 사이트를 좀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 양반들이 이제 기차 사업까지 하네요. 플릭스 트레인(FlixTrain)이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를 만들어 열차도 운행합니다.

독일에 장거리열차는 기본적으로 독일철도청의 ICE, IC, EC가 모두 담당합니다. 그런데 딱 두 가지 예외 노선이 있으니, 함부르크-쾰른 구간의 HKX, 베를린-슈투트가르트 구간의 Locomore입니다. 민간 사업자로서 독일철도청으로부터 운송 라이센스를 받아 장거리 구간에서 IC급 열차를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워낙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무시하고 있었어요. 몰라도 독일여행에 지장없는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플릭스부스가 이 두 업체와 제휴해서 열차 도색을 바꾸고 이름도 플릭스 트레인이라 붙인 겁니다. 운행은 원래 하던 업체가 하고, 플릭스부스는 자회사를 만들어 이름만 빌려주고 티켓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개념입니다. 플릭스부스가 원래 있던 버스회사와 제휴하여 이름만 빌려주면서 사업하던 것과 똑같은 모델입니다.


플릭스 트레인이 등장하면서 최저 9.9유로로 요금을 책정하고, 4월에는 최저 4.9유로의 프로모션도 진행했더군요. 독일철도청보다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독일철도청과 무관한 독자적인 사업자이므로 독일철도청에서 스케줄 검색이 안 되고, 독일철도패스 사용도 불가능합니다. 플릭스 트레인은 자체 홈페이지와 어플리케이션으로 스케줄 확인 및 티켓 구입이 가능합니다. [바로가기]


개인적으로 플릭스 트레인을 매우 주목하고 싶습니다. 만약 플릭스 트레인이 이런 식으로 노선을 더 늘려나가면 이제 독일 열차의 지형도가 바뀝니다. 기존에 제가 쓴 글도 다 고쳐야 되고, 철도패스 활용법을 비롯해 모든 공식이 바뀝니다. 단적인 예로, 철도패스가 유리한지 구간권이 유리한지 따지는 기준 자체가 달라져 버립니다. 버스 운송 시장을 다 집어삼킨 녹색 괴물이라고 표현했었는데, 더 무서워졌네요.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빈-잘츠부르크 구간을 기차로 이동할 때 베스트반(Westbahn)이라는 열차를 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오스트리아철도청의 RJ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나름의 시장을 확보한 민간 사업자인데요.


베스트반도 현재 플릭스부스와 협력관계입니다. 어쩌면 베스트반도 플릭스 트레인으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이미 티켓 세일즈에 있어서는 플릭스부스가 많은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니, 여기도 도색만 새로 칠하고 이름만 변경하면 되는 직전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독일의 한 버스 회사가 몇년만에 유럽의 최대 버스 회사가 되었던 공식 그대로 철도 운송 시장에서도 발을 넓히고 있으니, 향후 몇년 사이에 유럽 철도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모릅니다.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앞선 포스팅에도 이야기했지만, 여기가 독일 회사이기 때문에 저는 플릭스버스가 아니라 플릭스부스라고 부르고 있다고 했는데, 이제 플릭스 트레인까지 생긴 이상 저도 플릭스버스라고 부를 수밖에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