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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34. 하노버 박람회장 안내도

바야흐로 하노버 메세의 계절이 왔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한국의 비즈니스맨이 반강제적으로 하노버에서 "정모"를 엽니다. 세계적인 산업 박람회가 열리기 때문이죠. 메세(Messe)가 독일어로 박람회 또는 박람회장을 의미합니다. 좀 더 까다롭게 따지자면, 박람회보다는 견본시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언젠가부터 한국에도 킨텍스, 벡스코 등 큰 박람회장이 지역에 하나둘 생기면서 온갖 박람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애 키우는 입장에서 유아용품 박람회는 꼬박꼬박 출첵하고 있는데요. 이런 박람회는 큰 장터에 가깝죠. 견본시는, 아직 출시하지 않은 신제품을 미리 공개하여 기술을 발표하고 바이어와 셀러를 연결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물품을 구매할 소비자가 아니라 신기술의 동향을 수집하거나 매매 계약을 체결할 비즈니스맨 또는 전문가들이 모입니다. 성격이 확실히 다르죠?


그래도 일단 편의상 박람회로 통칭하겠습니다.

하노버는 독일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초대형 박람회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서 열리는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라는 이름의 산업 박람회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합니다. 그 역사는 1947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서독이라는 나라가 존재하기 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말 다했죠. 전쟁으로 도시가 폐허가 되었는데 시 외곽의 창고부지는 비교적 온전했대요. 그래서 거기서 박람회를 열기 시작한 게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창고부지가 있던 지역은 초대형 박람회장으로 변모했습니다.


앞서 메세(Messe)가 박람회 또는 박람회장이라는 뜻이라고 했죠. 그래서 하노버 메세는 하노버의 박람회장이기도 하고,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뜻하는 고유명사이기도 합니다. 올해 하노버 메세(박람회)가 4월 23일부터 27일까지 하노버 메세(박람회장)에서 열립니다.

원래 매년 4월 하노버 메세가 열리기 전 3월에는 세빗(CeBIT)이라는 세계적인 IT 산업 박람회도 여기서 열리는데, 확인해보니 올해는 6월에 세빗이 열린다고 하네요. 덕분에 관련자들께서는 날씨가 오락가락하던 3월을 건너뛰고 여름을 준비하는 4월 말에 하노버에 출장 가게 되었습니다.


하노버 박람회장은 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시내에서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로 이동해야 됩니다. 워낙 규모가 커서 전철역도 3개나 있어요. 에스반(S4호선) 전철역 Hannover Messe/Laatzen은 서쪽 출입구, 우반(U8/U18호선) 전철역 Hannover Messe/Nord는 북쪽 출입구, 우반(U6호선) Messe/Ost (Expo-Plaza)는 동쪽 출입구에 해당됩니다.


이 중 S4호선과 U8/U18호선은 중앙역에서 연결되므로 이 두 가지 방법을 택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만약 자동차로 이동한다면 동서남북 사방에 주차장이 엄청 넓습니다. 편한 곳으로 찾아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하노버 메세는 박람회장의 약 2/3 정도 되는 구역에서 열리는데요. 입구는 북쪽, 동쪽, 남쪽이 가까워요. 그래서 전철로 이동하면 U8/U18호선이 가장 좋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 북쪽 또는 남쪽 주차장에 차를 대면 가장 편리합니다. (물론 주차장이 붐비는 것까지는 제가 알 수 없으므로 지리적으로 따지면 그렇다는 겁니다.)

위 지도가 박람회장 내부 안내도인데요. 코엑스나 킨텍스 같은 곳에 보면 1번홀, 2번홀, 이런 식으로 전시장이 나눠져 있잖아요. 위 번호가 다 그런 전시장을 의미합니다. 즉, 총 27개 전시장이 있는 초대형 박람회장입니다. 위 지도에서 남색으로 표시된 곳은 같은 기간 중 열리는 세마트(CeMAT) 전시장을 뜻하는데, 세마트는 사실상 하노버 메세의 일부라고 보아도 됩니다. 아무튼 세마트에 볼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북쪽이나 남쪽 또는 동쪽 출입문으로 들어가야 인포메이션 센터(IC)나 프레스룸(Press) 접근이 용이합니다.


박람회장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조금 더 팁을 드려볼까요?

남쪽 주차장 건너편에 이케아 대형 매장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한국에서 이케아 매장이 있어서 예전만큼의 희소성은 없어졌습니다만, 한국에서 이케아를 찾아가기 쉽지 않은 지역에 사는 분들이라면 출장 간 김에 이케아 한 바퀴 돌며 쇼핑하기에 좋습니다. 가격도 한국보다 좀 더 저렴한 편입니다.

서쪽 주차장 건너편에는 하노버-라첸 항공 박물관(Luftfahrtmuseum Hannover-Laatzen)이 있습니다.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개인 수집가의 노력으로 18세기 열기구부터 냉전 시대 민항기까지 각 시대의 항공 역사의 변천을 전시하는 알찬 수집품이 한 데 모인 곳입니다. 아무래도 산업박람회에 찾아가신 분들이라면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을 수 있으니 가볍게 둘러보면 재미있는 경험이 되실 것 같네요. 단,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하노버는 그 자체로는 관광지가 아주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볼 것이 전혀 없는 도시도 아니에요. 신 시청사와 구시가지, 옛 왕궁과 정원 등 나름 알찬 볼거리가 있으며, 무엇보다 근교로 나가면 독일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소도시나 자동차 박물관 등 다채로운 관광도 가능합니다. 하노버와 그 주변지역의 여행정보, 하노버의 한인식당 정보까지 모두 <프렌즈 독일>에 정리해두었으니 출장가실 때 회사돈으로 한 권 장만하시면 알차게 활용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