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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47. 3,000 미터에서 마시는 맥주

흔히 알프스 하면 스위스를 먼저 생각하지만, 이 장대한 산맥은 스위스 외에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슬로베니아, 그리고 독일에도 가지를 뻗치고 있습니다. 독일 알프스 최고봉은 추크슈피체(Zugspitze), 해발 2,962m입니다.

추크슈피체까지는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타고 편리하게 갈 수 있습니다. 가장 높은 곳의 케이블카 정류장 겸 라운지 건물은 최고봉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구요. 라운지 전망대에서 360도 파노라마로 알프스를 내려다보는 경관이 아주 장관입니다. 물론 바로 코앞에 황금빛 십자가로 표시한 독일 최고봉도 보입니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하나의 글로 정리하기로 하구요. 우선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산악열차 교통권을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링크를 연결해드립니다.


이번 글은 실용적인 정보를 원한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제가 추크슈피체에 올라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추크슈피체에 올라갈 때 주의사항이 하나 있어요.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편하게 오를 수 있는 대신, 짧은 시간 내에 갑자기 높은 고도를 올라가기 때문에 자칫 고산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올라갔는데, 아내가 고산병 증상이 있었어요.


아내는 그 때가 두 번째 추크슈피체행이었는데, 처음에는 괜찮았대요. 그런데 두 번째는 증상이 나타난 걸로 보아 개인의 체질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 날의 날씨나 컨디션 등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고산병 증상이 나타나면 계속 울렁거리고 어지러워요. 숙취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보통 2~3천미터 이상 올라갈 때 산소 부족 등이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2천미터 넘는 산이 없어서 국내에서 등산을 열심히 하신 분들도 "나는 괜찮다"고 자신해서는 곤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은 수분을 보충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쉬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증상이 지속되면 하산해야 한다고 하네요. 어떤 권위 있는 곳에서는 비아그라를 먹었다지만

뭘 모르고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용케 솔루션을 본능이 알았던 것인지, 라운지 건물의 한 레스토랑에서 뜨거운 스프로 몸을 녹이고 쉬었습니다. 몸이 멀쩡했던 저는 맥주 한 병 추가. 추크슈피체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이며, 라운지 건물도 두 나라에 걸쳐 있는데요. 이 레스토랑은 오스트리아 구역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잘츠부르크 맥주인 슈티글을 팔고 있었습니다.


해발 2,900미터가 넘는, 거의 3,000미터에 육박하는 곳에서 팔자 좋게 맥주를 마시며 신선놀음을 했습니다.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죠.

혹시라도 병맥주라서 시시하다면, 생맥주도 있으니 염려 마세요. 라운지 건물의 독일 구역에는 비어가르텐도 있습니다. 이 못 말리는 맥주의 민족은 여기서도 신선한 맥주를 야외에서 들이켜야 직성이 풀리나봐요. 간판에는 친절하게 "독일에서 가장 높은 비어가르텐(Deutschlands höchster Biergarten)"이라고 적혀있네요.


다음에 오면 여기를 가자고 다짐하고 돌아섰는데, 막상 다음에 또 갔지만 어마어마한 날씨 때문에 비어가르텐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도 언젠가 다시 올릴지 모르겠습니다.


여담 하나. 보통 이 정도 장소에서 뭔가를 먹으려면 시중보다 엄청나게 비싼 비용은 감수해야죠. 한국에서 스키장에 가도 시중보다 2배 이상 비싼 먹거리만 팔고 있으니까요. 하물며 해발 3,000미터에 육박하는 독일 알프스 최고봉인데 얼마나 비싸겠어요? 그런데 아닙니다. 뮌헨 등 도시에서 먹는 것과 비교했을 때 아주 조금 비싼 수준입니다. 그 조금이라는 게 몇십 센트, 우리 돈으로는 몇백원 수준이에요.


저는 이런 걸 보면서도 참 궁금했습니다. "자릿값"이라고 우기면 어차피 다들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낼 텐데 왜 비싸게 받지 않을까? 혹시 법으로 금지하는 것인가? 제가 독일 법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이용하던 중 보니까 거기는 시중보다 많이 비싸요. 그런 걸 보면 법으로 금지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자발적인 "양심"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제목은 맥주로 달았으나 실제로는 고산병 이야기, 자릿값 이야기 등 다른 이야기만 실컷 했습니다. 그래서 "두서없는 여행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