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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60. 괴테가 "더 원"인 이유

독일이라는 나라의 탄생을 거슬러 올라가면 프로이센으로 연결됩니다. 신성로마제국 해체 후 프로이센 주도로 각 지방국가가 통일하여 독일 제국이 탄생했으니까요. 여기서 황제의 지위를 삭제하고 민주공화국으로 컨버전한 것이 바이마르 공화국, 오늘날 독일의 실질적인 출발점입니다.


프로이센 하면 계몽주의의 대표주자였죠. 그리고 계몽주의를 이어받은 것이 고전주의입니다. 한 지방국가인 프로이센이 순식간에 절대 강자로 성장한 원동력이 계몽주의였다면, 그 정신을 한 번 업그레이드하여 독일 전국으로 전파하여 민주공화국 수립의 밑거름이 된 것이 고전주의였습니다.


그런데 이 대단한 의미를 갖는 고전주의가 독일을 지배한 기간은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온 독일을 지배하는 사상적 뿌리가 되었으니 그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거죠.


흔히 독일의 고전주의는 1786년부터 1832년까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응축된 에너지가 1848년 독일 혁명으로 연결되고, 비록 혁명은 실패했지만 1871년 독일 통일과 독일 제국 출범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1786년부터 1832년이라는 기간을 어떻게 구분했을까요? 1786년은 괴테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해입니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고전(그리스 로마 시대)의 본질에 다가가 새로운 이상향의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1832년은 괴테가 사망한 해입니다. 즉, 독일의 고전주의는 곧 괴테입니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탄생한 사상적 뿌리가 곧 괴테입니다.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젊은 베르터의 고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을 남긴 유명한 소설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가 단순히 재능 있는 소설가라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고전주의를 완성하고 전파하여 한 나라를 뿌리채 바꾸었기 때문에 위대한 겁니다.


아울러 괴테의 고전주의를 논할 때에 빠질 수 없는 동반자가 있습니다. 극작가 쉴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괴테의 명성을 듣고 괴테에게 찾아온 이래 같은 마을에 살면서 서로 교류하며 친분을 나누고 작품에 도움을 주었던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괴테와 쉴러는 그렇게 독일 고전주의의 전성기를 만듭니다.

괴테와 쉴러가 살았던 도시, 여기가 바이마르(Weimar)입니다. 그래서 독일의 고전주의를 일컬어 "바이마르 고전주의"라고 부르기도 하죠. 괴테와 쉴러를 비롯해 수많은 문인, 음악가, 학자들이 고전주의를 완성한 이 지역은 "고전주의 시대의 바이마르 유적"이라는 타이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바이마르의 고전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또 내용이 굉장히 복잡해져요. 등장인물도 많아지고 관광지도 많아지고, 그래서 이 부분은 나중에 다른 글로 따로 부연하겠습니다.

바이마르에서 괴테와 쉴러가 살았던 집은 각각 괴테 박물관과 쉴러 하우스라는 이름의 기념관으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특히 괴테의 경우, 아마 많은 분들이 그의 고향인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 박물관을 알고 계실 텐데요. 초기작인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완성되었지만, 역시 그의 진가가 발휘된 <파우스트> 등 고전주의 대작인 바이마르에서 완성되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바이마르의 괴테 박물관이 좀 더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주가 괴테에게 작업실로 하사한 한적한 가든하우스도 남아있습니다. 20대 중반의 젊은 괴테가 바이마르라는 작은 도시에 초청받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살 계획은 아니었대요. 영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각료로 정치에 참여하기도 하고 폭넓은 경험을 쌓으며 죽는 날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바이마르에 있는 괴테와 쉴러가 나란히 서 있는 동상입니다. 독일의 상징적인 명소 중 하나입니다. 괴테와 쉴러의 동상은 독일 각지에 굉장히 많이 있고, 그냥 평범한 동상인데 이게 왜 그리 유명한가, 위에서 설명해드린 "바이마르 고전주의"를 상징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바이마르 고전주의가 곧 독일의 사상적 뿌리이니 이 장소가 독일의 뿌리라고 해도 되는 거죠.


참고로 동상이 서 있는 곳은 바이마르 국립극장 앞입니다. 이곳에서 괴테의 <파우스트>나 쉴러의 <빌헬름 텔> 초연이 열렸습니다. 극장도 매우 유서 깊고 상징적인 곳입니다. 그리고 원래 쉴러가 괴테보다 키가 컸대요. 그러나 실제 키대로 동상을 제작하면 쉴러가 너무 돋보일 것 같아서 두 사람의 키를 똑같이 만들었다는 후일담도 전해집니다.

독일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인물이 누구냐, 이제 자신있게 괴테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왜? 유명한 소설가라서? 아니요. 괴테가 곧 고전주의이고, 독일의 사상적 뿌리이기 때문에.


그래서 괴테가 독일의 "더 원"입니다.